[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트럼프발 관세 인상 압박이 재현되면서 한국 경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25% 인상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우리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기록하며 회복 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성장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큽니다. 또다시 불거진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산업계는 물론, 정부의 우려가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자동차 등 수출 타격 불가피…트럼프 '기습 인상'에 업계 시름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무역 합의 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하며 한미 통상 관계에 거센 파고를 예고했습니다. 다만 그는 관세 인상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관세율이 25%로 인상될 경우 우선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급감했던 아픈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산업통상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수출은 상호관세가 본격화한 지난해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추이를 살펴보면 작년 4월 -7.0%, 5월 -8.2%, 6월 -0.8% 등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7월 1.5% 반짝 증가한 뒤 다시 8월 -12.2%로 급락했습니다. 대미 자동차 수출 역시 관세 부과 기간 내내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관세 여파로 전년보다 13.2% 감소한 302억달러로 줄었습니다.
특히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3사의 2024년 기준 총 대미 수출량은 약 148만대에 달해, 10%포인트 관세 인상은 곧 가격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업계의 우려가 큽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지난해 4월 미국의 25% 관세 부과 이후 같은 해 2·3분기에만 총 4조63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거뒀음에도 양사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18.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5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입니다.
의약품 등 주요 수출 품목도 관세 리스크에 직면했습니다. 의약품은 현재 무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25% 관세가 부과되면 제조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상호 관세'를 언급함에 따라 엔비디아 등에 공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가속기 부품도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서는 25% 관세 부과 확정 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관세율 인상, 성장률 하방 요인…이재명정부 성장 경로 '찬물'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내수 역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고용시장의 경우 관세 리스크가 커지면 기업들의 고용 한파로 이어지고, 청년 등 고용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성장 경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 회복에도 제동이 걸립니다. 올해 정부 등이 2% 안팎의 경제 성장을 내다보는 상황에서 관세 리스크는 또다시 찬물을 끼얹으면서 성장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앞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 -0.3%를 기록하면서 세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역성장 폭도 2022년 4분기(-0.4%) 이후 가장 컸습니다. 성장 회복 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관세율 인상은 경제성장률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관세 여파로 수출과 투자가 동시에 둔화된 상황에서 대외 통상 변수까지 겹칠 경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외환시장도 요동쳤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450.0원으로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다 5.6원 상승한 1446.2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450원선까지 치솟았는데, 전날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 영향으로 25원 넘게 폭락하며 144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던 환율은 하루 만에 방향을 틀었습니다. 관세 리스크가 장기화화면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입 기업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청와대는 이날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주재로 대미통상현안 회의를 열고 상황 점검 및 대응 계획을 논의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국회와의 협의에, 산업통상부는 미국 측과의 접촉에 각각 나서면서 차분히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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