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돈이 없는 국민도 경제적 부담 없이 전문 변호사들로부터 충분한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구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변)’ 제5대 대표로 선출된 이인재 변호사(43·사법연수원 31기)는 의변 내지 이번 집행부의 목표를 이 같이 분명히 말했다. 올해로 창립 9년째를 맞는 의변은 국내 ‘전문 변호사 단체’로서는 가장 먼저 태동한 단체이다. ‘의료 사고’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창립 초기에는 학술적 활동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업단과 섭외단을 꾸려 본격적인 의료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구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대표로 취임한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의료소송에 투신한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 같은 길을 겪고 있다. ‘의변’의 태동부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그가 현장에서 마주친 의료사고 당사자들의 심정은 매우 참담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사고 당사자 대부분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괴로워 한다"며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사고를 당해 병원과 싸우는 경우에는 그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것이 의변과 그가 의료사고 법률구조시스템을 하루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 변호사는 또 "의료소송은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피해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런 사명감과 소명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 단체인 의변의 역할을 기대해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변)' 제5대 대표 이인재 변호사(43·사법연수원 31기)
‘의변'은 어떤 모임인가.
의료소송이나 보건의료 등과 관련 된 형사, 행정소송 등을 주로 하는 전문변호사들이 월 1회 정례모임을 가지는 전문변호사 단체이다. 현재 190여명 이상의 전국적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 대표 1, 고문 3, 부대표 3, 단장 4, 이사 10명, 운영위원 12명 등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의료인권을 옹호하고, 의료전문변호사로서 사명감을 가지며, 회원 상호가 친목을 도모하는 것을 중점 가치로 한다.
제5대 집행부의 중점 추진사업은 무엇인가.
메르스나 다나의원 등 집단감염 사건처럼 전 국민적 건강권과 관련된 공익적 사건에서 의료문제변호인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다. 또 사회적 취약계측이 경제적 사유로 전문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법률구조사업을 진행하고, 환자 측에게 의료전문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의변은 환자와 의료기관 중 어느 쪽에 서 있나. 의변은 어느 한쪽을 서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모임이다.
의료 분야는 매우 전문적이다. 회원들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있나.
의변 회원 중에는 내과전문의, 가정의학과 전문의, 마취과 전문의, 산업의학과 전문의 뿐만 아니라 약사, 한의사, 수의사, 간호사 출신도 있다. 여기에 10년 이상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해 온 변호사님들이 회원으로 다수 참여 중이다. 전문성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절차 대리도 중점 추진사항으로 알고 있다.
의료분쟁은 소비자원이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든 전문성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보다 실제적인 감정 및 조정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조정절차 대리를 제도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5대 집행부 출범 당시 강조한 ‘전문성의 환원’이란 무엇인가.
억울한 의료사고를 당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전문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 의변에서 법률구조사업을 시행하면, 어느 정도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구조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추진이다.
의료사건에 대한 법률구조제도 실태는 어떤가.
형사 피고인의 경우 국선변호인제도가 있고, 민사나 행정사건에서도 법원에서 국선대리인 선임제도가 있지만, 의료사건의 경우 전문성이 없는 경우 해당 국선대리인도 과실 입증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질적으로 의료사고를 당한 당사자를 위한 법률구조제도는 없다. 개선점은 의료전문변호사들이 당직 변호사제도처럼 돌아가면서 이러한 소송구조사건을 진행하는 방법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이번 집행부의 중요 과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의변이 법원·검찰과 함께 다뤄온 과제는 무엇인가.
법원에서는 의료전담재판부와 간담회를 통해서, 재판부가 의료소송을 하는 변호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변호사들 역시 재판부에 바라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기회를 가졌다. 검찰 간담회 역시 의료사고에서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 주의사항, 검찰이 바라보는 의료사고 수사시 주의사항 등에 대해서 변호사가 수사기관에 바라는 점, 수사기관이 대리인에게 바라는 점 등에 대하여 소통하는 기회를 가져왔다. 지금까지의 이런 노력이 향후 의변 활동의 활성화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의료분쟁 해결 절차는 적절한가.
의료분쟁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진료기록이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작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진료기록은 의료인 측이 작성, 보관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확보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 내용이 수정되거나 추가기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전자의무기록의 경우 환자 측이 열람복사를 하더라도, 수정된 내용이나 삭제된 내용, 추가 기재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의료법을 개정해 진료기록을 수정하거나, 삭제 또는 추가 기재하는 경우 진료기록에 수정, 삭제, 추가기재를 표시하도록 법제화활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의료정책 중 개선이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재차 강조하지만, 의료사고와 관련된 의료정책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전자의무기록 수정, 삭제, 추가 기재 시 이를 의무기록에 표시되도록 해야 한다. 또 수정 전, 삭제 전, 추가 기재 전 내용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사고와 관련해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의료사고는 한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내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사고이다. 그런 의료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덮어놓고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 역시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다음으로 환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의변 대표로서의 포부는 무엇인가.
지난 2016년 7월 29일자로 일명 '종현이법'인 환자안전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이나 환자 등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그 사실을 보고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의약품 부작용, 의료기기 부작용에 이어서 의료사고의 경우에도 국가기관에 보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의미가 깊다. 이러한 환자안전법이 제정되기까지는 의약품 교차투여로 사망한 종현이와 의료사고를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전체 의료 시스템의 문제로 끌어 올린 종현이 어머니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종현이 어머니의 희생과 같이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료 전문 변호사로서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면, 변호사로서 보람과 사명감을 누리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을 것이다. 의변의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의변이 대한민국 변호사 단체로서 가장 유익하고, 보람되며,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단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변)' 제5대 집행부가 지난 5일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정기총회 및 출범식을 갖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맨 앞줄 가운데가 제5대 회장 이인재 변호사. 사진/의변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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