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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협)②막대한 내수에 정책지원까지…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중국제조2025'가 핵심…몰아주고 장벽치고 '성장지원'
2016-04-18 07:00:00 2016-04-18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13일(현지시간) 중국 대표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PLD 반도체 제조사인 미국 래티스 지분 6%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칭화유니는 "투자 목적으로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며 "향후 추가로 지분 매입을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업계는 칭화유니의 추가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번번히 미국 당국의 반대에 가로막혀 포기해야 했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를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7월 D램 시장점유율 3위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230억달러(약 25조원)에 인수코자 했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의회와 규제 당국의 제동에 가로막혔다. 같은 해 10월에는 데이터저장업체 웨스턴디지털에 38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낸드플래시 기업인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거래조사 가능성에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3수 끝에 미국 반도체 기업을 품에 안았다. 사진은 베이징에 위치한 칭화유니그룹 본사 로비 모습. 사진/로이터
 
칭화유니가 매입한 래티스의 지분이 6% 밖에 되지 않아 이번에는 미국 당국의 제재에서 자유로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투자 방식의 변화를 꾀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소규모 재무적 투자 형태로 지분을 매입한 것은 산업 기밀 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설명이다. 로이터는 "시장은 칭화유니가 향후 래티스 전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합병 기대감에 래티스 주가가 18%나 급등했다"고 말했다. 
 
대국에서 강국으로…연간 7조원 물량공세
 
칭화유니 사례는 중국의 야심을 보여주는 전형이다. 중국은 현재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국제조2025'를 시행 중이다. 기존에 추진 중이던 '7대 전략적 진흥계획'의 성과와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작성된 것으로, 올해부터 시작되는 '13차 5개년 계획'의 제조업 산업정책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핵심 부품과 소재에 대한 중국 내 산출량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한 10대 전략적 육성산업을 선정했다. 
 
반도체 산업은 그중 첫 번째인 '차세대 정보기술 산업'의 핵심이다. 고성능 집적회로(IC)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80%에 이르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IC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2014년 발표된 '국가집적회로발전추진요강'에 따라 민간과 정부의 합동투자방식(PPP)으로 조성된 1000억위안(약 18조원) 규모의 기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도 계획의 일부다. 2014년 말 장치 개발 자금으로 AMEC에 4억8000만위안을 지원한 것을 기점으로 2015년 6월까지 200억위안의 융자를 집행했다. 반도체 굴기의 선봉에 있는 칭화유니도 100억위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연간 융자 범위는 400억위안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정책 장벽 쌓아 성장 보장

전기차도 '중국제조2025'가 주목하고 있는 영역이다. 2020년까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2025년까지는 이 수치를 각각 300만대와 80%까지 키울 계획이다. 또한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해 시장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끌어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성장 초기단계에 있는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 설치에 나섰다. 지난 1월 자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의 전기버스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주겠다고 고시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안전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자국 기업들이 NCM 삼원계 배터리 생산기술을 확보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 중 하나인 CATL가 향후 주력 배터리로 NCM을 지목했다는 점,  BYD·리선·궈쉔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내수 물량을 소화하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려왔는데, 중국의 많은 자동차 회사와 버스 회사들이 NCM을 채용한 자동차 모델을 확대하고 있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연 확대 후 내실 다지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 전자산업 중 가장 먼저 제조강국 대열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중국제조2025'에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지원 또한 꾸준하다.
 
2009년 '전자정보산업 조정 및 진흥 계획'과 2012년 '제12차 5개년 계획'의 후속 조치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2014-2016 신형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규모면에서 급성장한 산업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BOE, CSOT, 텐마 등 핵심 기업들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OLED, LTPS, 옥사이드 TFT와 같이 최신 공정기술과 초대형 생산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세금 우대 정책을 적용한다. 
 
후방의 기초 장비와 소재 분야에 대한 질적 성장도 함께 추구한다. 장비의 40%, 원재료의 80%를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최신 세대 기판기술, 마스크, OLED 발광 재료, 5.5세대 이상 증착 및 박막설비 기술 기업을 키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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