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선거구 획정협상 난항 등으로 공전을 거듭했던 국회가 지난 12일 간신히 본회의를 열고 무쟁점 법안 37건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법안은 다양한 기업 인수합병(M&A) 방식을 가능케 한 ‘상법 개정안’으로, 향후 M&A 시장 활성화와 기업 구조조정 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 뒤 3개월 후부터 발효된다.
정부가 제출한 이번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대 전략 중 하나인 ‘역동적인 혁신경제’ 달성을 위한 세부 실행과제로, M&A와 관련해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 외에는 모든 방식이 허용되는 미국(네거티브 방식)과 달리 우리나라는 법률에 규정된 이외의 방식은 허용되지 않고 제한돼 있어(포지티브 방식)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경제계의 요구로 개정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2012년 개정·시행된 상법에는 자회사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 대가로 모회사 주식을 인수대상 회사 주주에게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 ‘삼각합병’만 허용됐지만 이번에는 ‘삼각분할합병’이 추가됐다.
즉 인수하고 싶은 사업부문만 인수 대상 회사에서 분할해 자회사와 합병하고 대가로 모회사 주식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자회사에 합병 당하는 대상 회사의 주주들이 모회사의 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또 ‘삼각주식교환’으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시 모회사 주식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모회사가 인수대상 주주들에게 주식을 이전해 주주를 수용하는 한편 대상기업을 ‘자회사의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인수대상 회사는 존속이 가능하다. 합병에 나선 자회사는 인수 대상이 개발한 특허권과 같은 지식재산권 및 상호권, 전속계약권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주로 중소·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각주식교환’을 하면서 자회사가 대상 회사를 흡수하지 않고 역으로 대상 회사에 흡수(역합병)돼 대상 기업이 존속하는 ‘역삼각합병’도 가능하다.
아울러 ‘간이한 영업양도, 양수, 임대 제도’가 도입돼 인수합병 절차도 간소화했다. 현행법상 회사가 영업양도, 양수, 임대 등의 행위를 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지만 대상회사 총주주의 동의가 있거나 인수하는 쪽이 대상 회사 발행주식 총수 9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한다.
또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승인이 가능한 소규모 주식교환 범위도 확대됐다. 현재 주식교환의 대가로 신주 발행시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이 기준이 10% 이하로 확대되며, 주식 이외의 재산을 교부하는 경우 순자산액의 2% 이하에서 5% 이하로 늘어난다.
그렇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한 일부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히 기업들이 부실기업을 인수하고 해당 기업 주주들에게 모기업의 주식을 지급한다면 모기업의 주식가치가 떨어져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주식교환의 경우에는 합병과 달리 채권자보호 절차를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이는 대상 회사 및 인수회사 모두 주주의 구성만 달라질 뿐 회사 자체는 존속하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종전과 변화된 것이 없다고 판단돼 보호절차가 불필요한 것으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교환 대가를 유연화해 현금으로 지급한 경우라면 인수회사의 자산이 유출된 것이고, 그만큼 채권자들이 후순위로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여기에 주식교환 대가가 부당한 경우 모회사가 되는 회사의 자산이 감소하거나 부채가 증가해 재정상태가 악화되는 등 문제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개정안에는 M&A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명문화하고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도 권리 행사자에 포함시켰다.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분할합병, 주식교환, 주식이전, 영업양도 등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일정행위시 그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공정한 가격으로 본인 소유 주식을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기존에는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주로 행사했다.
다만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의 매수의무 발생시점은 기존 ‘주주로부터 매수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주주총회 결의일로부터 20일이 경과한 날’로 개정돼 인수기업의 매수관련 부담이 일부 경감될 전망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SK텔레콤이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합병이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에 통합돼 우회상장 된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헬로비젼 본사 로비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