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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는 지금 '전북 시대'
7년간 4번 우승…믿음과 투자로 '명문 구단' 일궈 내
2015-11-10 13:56:40 2015-11-10 13:56:4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전북 현대의 거침없는 질주와 과감한 구단운영이 K리그의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전북은 지난 8일 제주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기며 남은 2경기와 관계없이 올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2009년에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맛본 전북은 2011년과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통산 4회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근 7년 동안 4번의 우승을 따내며 '신흥 명문'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과감한 투자와 사람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이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 현장을 자주 찾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구단 수뇌부들의 구단 사랑은 축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관심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며 전북을 확실한 축구 색을 가진 구단으로 키우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전북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프런트와 최강희 감독 사이의 신뢰가 전북의 쇄신 비결 중 첫손에 꼽힌다. 흔히 축구계에서 감독은 '파리목숨'으로 비유될 정도로 교체가 잦은데 최강희 감독과 전북의 인연은 어느새 10년이 다 됐다. 2005년 전북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은 구단의 확실한 믿음과 지지 속에서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전북은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연이어 우승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최 감독을 향한 전북의 끈끈한 믿음은 중간에 있었던 최강희 감독의 '대표팀 외도' 당시 더욱 돋보였다. 최강희 감독이 2011년 12월에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팀을 잠시 비웠지만 전북은 새 감독을 선임하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최 감독이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뒤 돌아왔을 때 구단은 그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최강희 감독이 구단에 보답하는 방식 또한 선수들을 믿는 것이었다. 평소 최 감독은 "아저씨들은 알아서 잘해"라며 베테랑 선수에 대한 믿음을 자주 드러냈는데 그 결과가 맞아떨어졌다. 기량 저하로 주전에서 밀린 김상식과 최은성(이상 은퇴)을 데려와 적재적소에 활용한 게 그 예다. 선수 생활 막바지를 걷고 있던 김남일(교토)을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영입해 중앙 미드필더로 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더는 전성기가 올 것 같지 않았던 이동국을 K리그 최고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도록 중용한 점은 전북을 넘어 한국 축구사에 남을 성공 사례가 됐다.
 
최 감독이 축구장 안에서 전북을 끌어올리는 사이에 프런트와 구단은 밖에서 지원책을 고심했다. 그 결과가 2009년 첫 우승 이후 되려 강화된 투자였다. 대부분의 구단이 우승 이후 현재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성과를 유지해나갈까'에 골몰하는 것과 달리 전북은 과감히 돈을 풀었다. 한 번 잡은 정상의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해 오히려 더욱 투자를 늘렸다. 그 과정에서 매년 과감하게 선수를 영입하는 동시에 '클럽하우스 준공'이라는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전북현대의 클럽하우스. 사진/전북현대
 
첫 우승 직후 삽을 뜨기 시작한 전북의 클럽하우스는 2013년 10월에 완공됐다. 전북 완주에 있는 이 클럽하우스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건물로 평가받는다. 약 80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수중 치료기와 산소 텐트, 인조잔디 구장이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포함해 휴식과 재활 치료까지 모두 이 안에서 가능하다. 종종 다른 축구클럽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아 견학하고 있으며 대한축구협회에서도 답사를 했을 정도다. 국가대표 훈련센터도 이곳을 참고해 지어졌다. 201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도 선정돼 축구계의 자랑이 됐다.
 
이제 전북의 시선은 유망주 육성으로 향하고 있다. 외부 선수 영입과 기존 선수 활용도 제고로 정상에 올랐으니 이제는 미래를 내다보고 선수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미 올 시즌부터 이재성과 이주용 같은 젊은 선수들의 활용 빈도가 높아졌다. 장윤호 또한 내년 시즌 더욱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경원(알 아흘리)은 이미 전북 유스가 낳은 성공 사례다. 김현 또한 전북 유스를 거쳐 프랑스 명문 구단 올림피크 리옹에 임대선수로 가서 경험을 쌓고 있다.
 
전북은 수익 면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미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통해 브랜드 노출 효과가 315억원이었다는 분석을 마친 상태다. 여기에 1만6710명이었던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역 밀착마케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북은 올 시즌 홈 관중 30만명을 돌파하며 투자와 지역 밀착 마케팅이 관중 동원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수도권보다 인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나타난 지표다.
 
K리그 모든 구단이 '자생력'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마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방침은 리그 전체에도 활력소가 되고 있다. K리그 대표 구단으로 자리 잡은 전북의 운영 행보는 그래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전북현대 선수단과 최강희 감독. 사진/전북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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