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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공천룰’ 갈등에 전문가들 “결국 올 것이 왔다”
“청와대 당 공천의견 제시, 내부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공개압박은 월권”
김만흠 “김무성에게 선택권” 신율 “살아있는 권력 무시마라” 윤희웅 “서로 주고받아야”
2015-10-01 15:36:50 2015-10-01 15:37:31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한가위 부산회동에서 발표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여권 내 내홍이 커지고 있다.
 
당내 친박(박근혜)계 의원들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으며 협상을 추진한 김무성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 “전략공천은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이러한 여권 내 파열음에 1일 본지와 통화한 정치 전문가들(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신율 명지대 교수,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파워게임’으로 이번 일을 정의하고, “결국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일이 발생한 책임소재에 대해선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양자 모두에게 있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당초 청와대가 김 대표를 경계해왔는데,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기간을 틈타 추석합의를 무리하게 진행했다. 이걸 또 청와대가 성급하게 과잉반응하면서 사태는 확산, 양측 모두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이번 일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당의 고유 업무인 공천에 개입한 모양새가 된 것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청와대의 의견 제시는 가능하겠지만 공개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것은 근본적으로 월권”(김만흠), “같은 여권입장에서 타협이나 협의는 가능하겠지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삼권분립원칙에 위배위험”(윤희웅)이라는 의견과 “기본적으로 양쪽의 파워게임이기에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이나 시비를 가릴 일이 아니다”(신율)로 의견이 갈렸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형인 ‘청와대·친박 vs 김무성·비박’ 대립구도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전문가들은 ‘분당’이나 ‘김무성 축출’이라는 극단적인 파국상황으로 가기엔 양측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결국 일정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누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느냐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놓았다.
 
김만흠 원장은 “혹시 청와대가 김 대표를 사법적으로 압박할 숨겨진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명분상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김 대표 중심으로 당이 정비될지 아니면 양쪽이 분할해 동거할지 김 대표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사실상 김 대표의 우위를 점쳤다.
 
반면 신율 교수는 “당내 세력이나 구도는 일단 비박이 우세해 보이지만 친박에게는 ‘살아있는 권력’(대통령)이 있다”면서 “청와대와 친박이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면 김 대표가 버티기 힘들 것이다. 결국 일정부분 전략공천을 받고 자신의 체면도 세우는 방향으로 절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현재권력과 척을 져서는 결코 미래권력이 될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례도 있지 않나”면서 “살아있는 권력을 결코 우습게보면 안 된다.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타협이 아닌 일종의 비위를 맞추면서 절충점을 찾는다고도 할 수 있다”며 청와대 우위론을 폈다.
 
윤희웅 센터장은 “청와대의 김 대표 축출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선거나 발생할 일들의 책임을 청와대가 전적으로 감수하게 돼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커진다”면서 “상호간 적절한 타협선이 필요한데 청와대는 일부 체면이 깎이는 것을 감수하고 김 대표는 전략공천을 포함해 일부 내주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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