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고은 "지금은 도전할 때"
입력 : 2015-08-17 13:23:36 수정 : 2015-08-17 13:23:36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김고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 나이에 노출 연기를 감행한 영화 <은교>와 동생의 죽음의 복수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몬스터>, 김혜수에게 칼을 겨누는 <차이나타운>까지 어느 하나 쉬운 작품이 없다.
 
<협녀:칼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80회차 동안 와이어를 타고, 농익은 검술 연기를 펼치며 깊은 감정 또한 뿜어내야 하는 역할 홍이는 김고은에게도 벅찬 숙제였다.
 
이제 겨우 25세인 김고은은 다른 여배우들처럼 달콤한 사랑이나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 대신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 연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지금은 어떤 도전이든 해야 할 때"라면서 "나중에 더 많이 더 깊게 아는 것이 늘어나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다. 칭찬받고 싶어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배우 김고은이 영화 <협녀>에 출연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이어 연기, 목 디스크 걸렸다"
 
<협녀:칼의 기억>에서 김고은은 날아다니거나 뛰어다닌다. 편히 걷는 장면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보면 '도대체 와이어를 얼마나 탄 거야?'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김고은이 영화 촬영에 들어간 회차는 총 80회차다. 모든 촬영 회차에서 단 한 번이라도 와이어를 탔다고 한다. 함께 출연한 전도연의 말을 빌리면 열 시간이 넘는 촬영 시간 동안 땅을 밟지 못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잠시 그의 고생담을 들어봤다.
 
"피부가 쓸리는 정도는 통증으로 다가오지 않아요. 이 영화를 위해 약 1년 동안 와이어를 타고 무술 훈련을 했는데, 그 동안 안 아픈 적도, 안 아픈 곳도 없었어요. 무술 동작할 때 다리 벌리거나 하면 골반이 빠져나가는 경우는 허다했어요. 회복하는데 꽤 오래 걸렸어요. 원래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쉬는 동안이면 늘 돌아다니고 여행도 하고 레저도 즐겼는데, 그냥 집에만 있었어요."
 
문제는 다음 영화에서 터졌다. 차기작인 영화 <성난 변호사> 촬영 중 목 디스크에 걸린 것이다. 목이 꾸준히 안 좋았던 어느 날 그는 냉장고 문을 열다 쓰러졌다고 한다.
 
"담이 걸린 것 처럼 안 좋은지는 꽤 됐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너무 심하게 아픈 거예요.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였어요. 그 때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여는데, 목에서 뭔가 탁 튕겨지는 느낌이 들면서 쓰러졌죠. 그래도 그날 낑낑거리면서 촬영을 마치긴 했어요. 디스크가 터졌던 거였죠."
 
몸이 망가질 정도로 액션에 혼신을 다한 그에게 있어 '액션 연기'가 버거운지, '감정 연기'가 어려운지 물어봤다. 작품 속 그는 액션과 함께 깊은 감정 연기를 소화해야했기 때문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좋겠어요. 액션만 하든지 감정만 하든지요. 둘 중에 하나만 하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이 하다 보니까 한계에 부딪히는 걸 느꼈어요."
 
힘든 기억은 분명하지만 막상 촬영을 끝내니 행복했다면서 웃음을 짓는 김고은이다. 그 짧은 웃음에서 연기를 향한 열정이 엿보였다.
 
배우 김고은이 차기작으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선택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치즈인더트랩>은 운명 같은 작품"
 
20대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배우들은 대부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든다. 영화로 꽤나 큰 흥행을 기록한 배우도 드라마를 통해 다시 대중성의 폭을 넓힌다. 하지만 김고은은 꾸준히 영화 쪽에만 발을 담갔다.
 
그런 김고은이 최근 선택한 작품은 tvN 새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다. 웹툰으로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고, 팬들이 캐스팅에도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화제의 작품이다.
 
천우희와 함께 김고은이 이 작품의 주인공 홍설 역으로 거론됐었다. 김고은은 처음에는 홍설 역을 고사했다. 그러던 중 다시 김고은이 <치즈인더트랩>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 어떤 고민이 있었던 것일까.
 
김고은은 솔직하고 담담했다.
 
"살면서 무언가에 크게 욕심을 내본 적도 없고, 열정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학교에서 시험 보다가 몇 문제 틀린 걸로 우는 애들 보면 '왜 저러고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연기가 제겐 그런 시험과 같았어요. 틀리고 싶지 않았죠. 그런데 드라마는 제작환경이 워낙 버겁다 보니까 제가 틀릴 것 같았어요. 그럼 핑계를 대겠죠. 억울하다면서요. 그런 상황 자체가 싫었던 거예요.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고 해도, 영화는 억울하지 않을 것 같은데, 드라마는 억울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꾸준히 드라마에서 러브콜이 들어와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자신이 인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즈인더트랩>도 거부했다.
 
고사를 했음에도 <치즈인더트랩>의 이윤정 PD가 꾸준히 김고은에게 제안했다. 사실 김고은은 이윤정 PD 작품의 광팬이라고 자처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고민이 이어지던 상황에 드라마 스케줄이 조정됐다. 10월 방영 예정이었던 작품이 12월로 미뤄졌다.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
 
"이렇게 됐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운명 같은 작품이랄까요."
 
차기작 <치즈인더트랩>도 만만찮은 작품이다. 대학생활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주위 사람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조금은 희생하더라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예민함을 지닌 홍설을 연기해야 한다. 20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스트레스가 현실감 있게 담겨있다. 뻔한 로맨스물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이 캐스팅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고은에게는 또 한 번의 도전이 될 작품이다.
 
"저에게 어떤 기대감이 있을텐데 전 별로 신경을 안써요. 나를 왜 캐스팅했는지도 잘 묻지 않아요. '고은씨 아니면 못할 것 같아'라는 말을 들으면 거기서 끝이에요. 더 묻지 않아요. '내가 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협녀:칼의 기억>은 무협이어서 반가웠고, 비극적이라서 좋았어요. 다른 작품도 큰 이유가 없었어요. 단순하게 이야기가 좋으면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 나이 때는 도전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칭찬받고 싶어서 안달 났으면 안전한 선택을 할텐데, 그건 나이먹고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 까여도 되는 나이니까 까일 거 있으면 까여도 좋아요. 하하."
 
비판을 감수하면서라도 자기 한계치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김고은에게서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한창 물이 오른 배우 김고은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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