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혜택을 받아 경영 일선에 다시 설 수 있게 되면서 향후 SK그룹의 행보에도 큰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2년7개월여의 총수 부재기간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의 부진과 대규모 인수합병(M&A)의 실패 등으로 크게 고전해 왔다. 무엇보다 제왕적 총수 체제를 대신하겠다며 내세운 '따로 또 같이 3.0'이 기대만큼 작동을 하지 못하면서 최 회장의 부재가 뼈아팠다는 전언이다.
우리나라 기업문화 특성 상 전문경영인이 총수를 대신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여러 모로 부담과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역시 안정에만 방점을 찍으면서 위험부담을 떠안으려 하지 않았고, 이는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 등에 부정적 결과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대외적으로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의 취지가 경제 살리기인 만큼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활성화와 고용 창출은 물론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도 동참이 예상된다. SK그룹 내부적으로는 사업재편과 조직 재정비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SK, 투자·고용 확대로 경제활성화
우선 SK그룹은 투자·고용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할 전망이다. 정권을 불문하고 특별사면 논의가 있을 때마다 "경제살리기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경제인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정·재계의 단골 메뉴였다.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은 SK그룹 역시 그동안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전창조경제센터에 이어 같은 해 연말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소하며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핵심 국정과제를 실천에 옮겼다. 창조경제센터 참여 기업 중 2곳에 센터를 설립한 것은 삼성그룹과 SK그룹 뿐이다. 최대한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려 한 데는 최태원 회장에 대한 선처가 있었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해석이다.
또 지난 5일에는 2016년부터 2년 동안 청년 일자리 창출 2개년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학과 공동으로 창업지원센터를 설립, 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청년 비상(飛上) 프로그램'과 맞춤형 직무능력 개발 프로그램인 'SK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SK는 그룹 차원에서 국정과제 수행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며 사면 명분을 충실히 쌓아왔다. 재계 내에서는 특별사면 이후에도 정부에 대한 화답과 긍정적 여론 조성 차원에서 고용과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중구 서린동 SK본사. 사진/뉴시스
◇최태원의 복귀…'따로 또 같이 3.0체제' 운명은?
최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수펙스추구협의회 역할에는 크든 작든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것을 염려해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출범시켜 대응해왔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기존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총수 개인의 판단에서 집단의사결정으로 그룹 운영 체제를 뜯어고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상적 모범안이었지만 한계 또한 뚜렷했다. 이로 인해 번번히 최 회장의 부재만 각인시키며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SK그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룹의 양대 축이던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은 '성장'이 아닌 '안정'이었다.
실제로 SK는 최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그룹 총 매출액이 2011년 155조원, 2012년 158조원, 2013년 157조원, 지난해 165조원 등으로 최근 수년간 정체 상태에 놓여있다. 투자금액은 2011년 9조원에서 2012년 14조원, 2013년 12조원, 2014년 15조원 등 들쑥날쑥이다. 대규모 투자나 신규사업 M&A에서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복귀 이후 따로 또 같이 3.0 체제와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 및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대거 물갈이된 상황이어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옥상옥' 지배구조 개선 성공…공정거래법 적용 계열사 '발등의 불'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일 통합 SK 출범으로 안정적 지배구조의 발판을 마련했다. SK C&C가 지주사인 SK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옥상옥(屋上屋)' 구조에서 벗어났다. 최 회장→ SKC&C→SK㈜→사업 자회사의 기존 구조에서 최 회장→합병회사→사업 자회사로 개편했다. 특히 최 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영활동에 대한 권한과 책임도 강화될 전망이다.
지배구조의 큰 틀은 완성했지만,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지엽적인 과제는 남아있다. SK플래닛의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주사인 SK의 증손자 회사다. 당장 오는 9월까지 공정거래법에 따라 SK플래닛은 SK컴즈의 지분 100%를 확보하거나 전량 매각해야 한다. 아울러 SK증권 문제도 해결해야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SK증권이 지주사인 SK 아래로 편입되면서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부턴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SK증권 역시 추후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회장이 당장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장기 수감생활로 심신이 지쳐 안정이 필요한 데다, 여론의 추이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백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그의 복귀는 그간 지적돼 온 글로벌 사업의 부진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 줄 게 확실시된다. 특히 SK 하이닉스 인수가 최 회장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되는 만큼 뜻하지 않은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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