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규모 ‘광복절 특별사면’을 공식화하면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의 사면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12월, 17대 대선기간 중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을 주장했다가 허위사실 유포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2011년 대법원은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현재 정 전 의원은 1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피선거권이 10년간 박탈당한 상황이다.(2021년까지)
<뉴스토마토>는 정 전 의원을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페 ‘벙커’에서 만났다. ‘강남좌파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벙커는 그가 진행하는 각종 팟캐스트 방송의 공개녹음이 이뤄지고 다양한 문화강연들이 열리는 공간이다.
정 전 의원은 ‘광복절 특사’에 대해 “사면여부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 팟캐스트로 국민들과 만나 광의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기간이 7년 6개월 남아 있다는 건 벽을 보고 있는 것과 똑같다. 그걸 쿨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답답함을 숨기진 못했다.
이외에도 정 전 의원은 팟캐스트의 가능성, 새정치연합등 야권의 미래, 임기반환점을 맞는 박 대통령 평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봉주 전 의원 사진/뉴스토마토 이순민 기자
-최근 어떻게 지내시나. 예전보다 몸은 좀 빠지신 것 같은데.
오는 9월 머슬매니아 출전을 준비하면서 몸은 더 좋아졌다. 지금은 식단을 조절하고 있다. 또 어제는 한국 프로축구 K3리그의 천안FC 선수로 등록도 했다.
-이번에 ‘알찍’(알고찍자)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새로 시작했던데, 기존 진행하던 ‘전국구’(전능하신 국민들의 입)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전국구는 현안 분석이다. 기성 언론에서 깊이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지만 꼭 다뤄야 할 주제들을 다루는 팟캐스트다. 반면 알찍은 기본적으로 여론조사를 베이스로 깔고 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다양한 주제로 매주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현상, 전체적인 흐름, 정치 지형 등과 같은 것을 풀어주고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한다.
-일종의 사회적 공론화나 이슈화를 꾀하는 것인가.
그렇다. 전국구는 이미 벌어진 상황을 파고들면서 뒤쫓는 거고, 알찍은 사회적 담론, 의제 설정을 앞장서서 해나가는 것이다. 이슈메이커 역할을 한다. 정치를 비판적이거나 특정 관점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선제적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구조, 국민 의식 변화를 바로보기도 하고 비틀어보기도 하고 허점을 꿰뚫어보면서 선제적으로 의제 설정을 해보자는 거다.
흔히 팟캐스트를 비주류 대안언론이라고 하지만 오는 2017년 통합시청률이 적용되면 상황이 바뀐다. 전국구의 경우 요즘 단순 다운로드만 50~80만 건 정도 나온다. 여기에 스트리밍(실시간 감상)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보통 데이터 분석을 하면 스트리밍은 다운로드 수에 5.5를 곱한다고 한다. 그럼 약 200만~450만이 우리 방송을 듣는 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팟캐스트들도 2017년 통합시청률 적용을 대비해 지금부터 동영상을 준비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송을 해 대국민 신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전국구에 기자를 자꾸 출연시키는 이유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얘기하려는 것이고, 알찍이 여론조사 데이터에 근거한 방송을 표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지만 팟캐스트의 사회적 영향력은 예전보다는 약해져 듣는 사람만 듣는 느낌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부활시킬 생각은 없나.
고민은 하고 있다. 나꼼수는 장점도 있지만 약점도 많이 노출됐다. 나꼼수를 공격한 보수진영의 전가의 보도가 ‘막말’이었는데, 상대 진영에서 그만큼 반박 논리를 연구하기도 했다. 또 나꼼수 방송 당시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많았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취재내용이 쌓여 있어서 해볼 만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많이 노출됐고 저쪽은 방어 태세를 갖춰놓았다. 자칫 잘못하면 내년 총선이 각 정당이 정책과 이성적 진영 논리로 맞붙으면서 국민들에게 객관적 선택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종편과 나꼼수의 대립각 같은 것이 형성돼 선정적 진영 논리로 흐를 수 있다.
특히 음모론은 문제 제기 차원에서 끝나야지 꼬리를 물고 가면 안 된다. 가령 이번 국가정보원 해킹논란에서 우리가 마티즈 차량에 빠지는 순간 국정원 해킹의 불법성은 그 뒤에 숨어 버린다. 그래서 프레임을 짜고 대립 구도로 가면 과연 유리할지 우려가 있다.
또 팟캐스트가 많이 생겨 과연 그때만큼 우리가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넷(정 전 의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이서 이야기 해보면 해야 할 거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을 때도 있다. 각자 서로의 위치에서 역할을 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중요한 시기나 큰 이슈가 있을 때 특별방송 형식으로 한두 번 정도 모이는 것은 생각하고 있다.
-방송도 좋지만 정 전 의원은 현실 정치인이다. 최근 광복절 특별사면이 화제인데, 사면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초반에는 가능성이 좀 있었지만 요즘에는 많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사면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저는 현존 정치인 중에 우여곡절을 가장 많이 겪은 사람 중 하나다. 시련을 겪으면 억울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지만, 정치짬밥을 30년 넘게 먹다보니 세상 일이 돌아가는 데에는 다 길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개개인의 의지와 기획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는 건 오만한 발상으로 제가 감옥에 가고 피선거권이 제한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래도 사면된다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는 있는 것인가.
만약 사면이 된다면 17대 시절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을로 복귀할지, 아니면 떨어질 각오를 하고 힘든 지역으로 갈지 고민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과연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나의 길일까. 그 것이 내가 갈 길이라면 하늘이 나를 감옥에까지 넣었을까...그래서 다시 국회의원을 하는 것은 하늘이 정해준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노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퇴행이라고 결론 내렸고, 나간다면 어려운 곳으로 나갈 것 같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욕을 많이 먹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개인의 안위보다 사회가 고통받을 때 선제적 의제를 던지고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130명의 의원 대부분이 재선과 3선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가 사면되자마자 노원으로 가면 ‘너도 똑같다’고 국민들이 생각하지 않겠나.
그래서 사면여부가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일까 싶다. 전 이미 광의의 정치를 하고 있다. 팟캐스트로 국민과 소통하고, 우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단지 그 활동 영역이 여의도 국회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억울한 심정 같은 것은 없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 의혹을 주장했다가 징역 1년을 고스라니 살고 피선거권도 2021년까지 10년간 박탈당했는데.
감옥에서 하고 싶은 일들(운동, 독서 등)을 했기 때문에 억울하진 않다. 다만 아무것도 못하는 기간이 앞으로도 7년 6개월 남아 있다는 것은 벽을 보고 있는 것과 똑같다. 그걸 쿨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신은 인간에게 견뎌낼 수 있는 고통만 준다’는 말도 있는데, 그 말대로 사람은 모든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역시 견딜 수 있는 정도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면될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니 마음은 훨씬 더 홀가분해졌다.
생각해보면 최악의 경우는 사면되고 당의 결정으로 노원에 가서 떨어지는 거다. 이거야말로 똥볼 중의 똥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봉주가 노원에 나가면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일 모르는 일이다. 개고생 끝에 낙이 아니라 똥밭에 빠지는 일이 될 수도 있다.(웃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길 집착하면 본인만 고통스러워진다.
정봉주 전 의원 사진/ 정봉주의 전국구 제공
-그 사면논의가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내부가 시끄러웠다. 그 외에도 친노-비노 갈등으로 항상 시끄러운 것 같은데, 외부에서 보는 새정치연합은 어떤 모습인가.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자면 한 달로도 부족하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 얘기도 나오는데, 성경을 보면 ‘자기 눈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고, 상대 눈에 있는 티끌만 본다’는 말이 나온다. 그것과 똑같다. 다른 사람만 지적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호남발 야권신당 이야기가 나오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당을 기정사실화하는 시선도 있다.
난 재선은 안 해봤지만, 국회의원이 재선 중반부를 넘어가면 가늘고 길게 가는 삶으로 마인드가 바뀐다는 고백의 목소리를 수차례 들었다. 즉 재선을 넘어가면 이미 국가나 민족, 지역 등등은 수사에 불과하고 마음에서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 예전부터 국회의원 3선 이상 금지를 주장해왔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부패를 우려해 3선을 금지하는데, 국회의원도 비슷하지 않겠나. 설령 부패하지 않더라도 국민 세금을 받으면서 개인의 안위를 위해 활동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동일 지역 3선 이상 금지’를 당헌·당규로 정하자고 한 거다.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3선 정도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그것도 광주에서 전북으로 가는 수준이 아니라 당의 지지율보다 낮은 취약지역으로 가게끔 하면 된다. 새누리당만 해도 강남, 서초, 송파에서 3선까지 안 준다. 정치공학 면에서 철저하게 선진적인데 이런 것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
보통 언론을 보면 초선 의원이 압도적으로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받는다. 그만큼 열심히 하는데, 재선을 넘어가면 초심을 잃는다. 여기에 3선 이상이 되면 자기 지역구에 예산을 많이 끌어오는 것밖에 없고, 부패 위험성만 높아진다.
즉 호남 3선 이상은 (공천 달라고 하지 말고) 천정배 신당으로 가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신인들 위주로 공천한 새정치연합과 어느 쪽이 과연 호남에서지지 받는지 검증받자는 거다. 이번 알찍 여론조사에서 야당 중에서 가장 여당 성향의 정치인을 조사했는데 1등이 조경태고 2등이 김한길 나왔다. 이들도 (당과 안 맞으면) 가라는 거다.
재선하고 3선 이상 지역주민에게 기회를 받았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다했다. 호남 3선이 대구나 부산에 가서 4선 성공하면 호남 4선보다 10배의 위력이 생긴다. 그런 이야기를 문재인 대표가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은 꼭 통합해서 함께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제대로 통합되려면 썩은 가지부터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나무가 다시 살아난다. 가지가 썩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리더십인데, (문 대표가) 그걸 하지 않고 있다. 그건 진정한 통합력이 아니다. 단지 잘라낼 수 있는 자신감이 없는 거다.
-문 대표는 내년 총선에 모든 걸 건다고 하지 않았나. 그 차원에서 일단 모두 안고가려는 것 같은데.
총선에 걸면 안 된다. 대선에 걸어야 한다. (야권분열로) 총선에서 70~80석 날아가도 괜찮다.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야 대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총선에서 다수를 확보한 정당이 꼭 대선에서도 이긴다는 장담은 없다. 정치권에선 ‘의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대선에 승리한다’는 주장과 ‘국민은 총선 과반수 의석을 주면 대선에 표를 주지 않는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선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다. 그런데 무조건 총선을 이겨야 한다는 함정에 빠져 있다. 총선 때 당을 새롭게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박수를 보낸다. 지지자가 일부 찢어져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어도 앞으로 20~30년을 바라보며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혹자는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가 안 되면 대선에서 이겨도 대통령이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그럴 땐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훼방을 놓아도 대통령이 국민들이 동의하는 아젠다를 끌고 간다면 반대만 하기도 부담스럽다. 국민의 지지를 안고 가는 것이 정치다.
자꾸 수치와 정치공학만 생각하니까 대선에서 질 가능성이 오히려 커지는 것 아닌가. 축구에서도 2:1로 이기고 있다고 몸조심하다 역전패 당한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 우승한 독일은 아무리 크게 이기고 있어도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1골 더 넣는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다. 이기려면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도 이달 25일로 어느덧 반환점을 맞는다. 점수를 매긴다면?
국민 지지율 그대로 매기면 된다.
-항상 30%가 넘는데.
그건 70%에 가까운 국민이 반대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대선에서 51.6%를 얻었는데, 그중 20%는 까먹은 거다. 엄밀히 이야기해 60점 아래로 내려가면 낙제점수 아닌가.
-그동안 박 대통령이 잘한 일과 못한 일 한 가지씩 꼽는다면?
잘한 일은 국민들에게 ‘정말 대통령을 잘 뽑아야겠다’는 각성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못한 일은 못한 게 너무 많아서 국민들을 정신없게 만든 것이다. 못한 일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돼 국민들이 한마디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 죄가 크다.(웃음)
-그럼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기라도 성공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성공하기 힘들어 보인다. 대통령이 기본 마인드를 바꿔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위정자의 기본 마인드는 항상 국민이어야 한다. 국가가 유지되는 이유는 국민이 있기 때문인데, 지금은 국가 자체를 존립의 목적으로 보고 있다.
국가는 쉽게 이야기하면 호두의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국민이라는 알맹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지금 알맹이가 썩어가고 고통스러워하는데 대통령은 껍데기만 지키려고 한다. 국가라는 허상만 지키려하고 국민이라는 실상은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그럼 박 대통령이 바라보는 국가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나.
본인 아버지 때의 국가, 박정희 시대의 국가다. 강압적으로 누르면 찍소리 못하고, 순종하고 비판하지 않고, 대통령을 제왕적 존재로 보는 국민, 그런 국가를 상상하고 있는 거 같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가계부채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사채를 쓰는 사람이 180만 명, 채무이행 불능 상태가 350만 명, 국민의 7%가 살짝만 건드려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다. 그런데 정부는 빚내서 집 사고, 돈 쓰라고 해왔다. 계속 부동산 경기 활성화 내세우고 금리를 낮췄다. 그러한 정부 정책으로 채무이행 불능 350만 명뿐 아니라 다음 단계의 국민도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워한다. 그런데도 마인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보수정권 들어서면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국민들의 분열도 심각하다. 솔직히 좌든 우든 정치인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편하고 행복하다. 그냥 지지자만 바라보고 가면 된다. 제일 어려운 정치가 상대방을 포용하는 통합, 대화, 화합의 정치다.
1960년대 미국에선 ‘분할통치전략’이라는 것이 있었다. 가난한 백인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을 집권층인 부자 백인 기득권층이 아니라 또 다른 약자인 흑인을 공격하도록 돌린 것으로, 우리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됐다. 보수 진영의 가난한 사람들은 진보를 비판하기보다 보수기득권을 비판해야 한다.
왜 우리 청년들이 애를 낳기 힘들고, 결혼하기 힘들고, 취업하기 힘든 사회가 왜 만들어졌는지 계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거기에서 나온 불만들을 사회를 갈라치는 것으로 호도했지만, 이제는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본다. 경제는 완전히 막혔고, 청년, 비정규직,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50대 자영업자와 20대 청년이 손잡고 거리로 나서면 기존 기득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새정치연합의 책임도 크다. 국민들의 분노와 불만을 안을 수 있는 정치인이 없지 않나.
‘알찍’의 구호는 ‘아는 것이 힘이고, 찍어야 바뀐다’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손에 총칼을 들 수는 없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은 투표권에 있다. 투표권을 쓰는 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경솔했는지 이제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4년, 5년에 한 번씩 오는 권리행사의 기회를 섣부르게 대충 넘어갔다가 받는 고통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치가 모든 삶을 규정한다.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고 체념하는 것은 기존 기득권 세력에서 만든 정치 무관심 프레임이다. 다른 그 누가 자신의 삶을 갉아먹어도 개의치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정치에 대해 비판적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더욱 곤궁해질 뿐이다.
이성휘·이순민 기자 noirciel@etomato.com
정봉주 전 의원. 사진/ 정봉주의 전국구 제공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