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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투성이 '정윤회 문건 사건' 갈 길 한참 멀어
靑 가이드라인 제시하며 '설레발'
檢 '권력암투' 밝히고도 비판 받아
2015-01-05 17:32:03 2015-01-05 17:43:51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는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거의 근접한 수사가 됐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7인 모임' 유무 정도만이 청와대의 주장과 달랐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별개로,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오게 됐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28일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당일, 세계일보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문건 유출에 대해 수사의뢰를 했다.
 
사고 당일 청와대는 문건 내용을 '찌라시'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2월1일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검찰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박 대통령의 발언 당일 사건을 분리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명예훼손 고소건을, 특수2부에 '문건 유출' 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특수부가 대형 사건을 주로 맡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검찰이 어디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윤회 씨의 비선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News1
 
검찰 수사는 문건 진위 여부와 유출 수사 등 투트랙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문건 진위 수사에서 검찰은 정윤회씨와 '십상시' 멤버들 간의 모임 여부, 통신 여부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문건 진위 파악을 담당한 형사1부는 최점단 프로그램은 통합디지털증거분석시스템(IDEAS)까지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 내역의 기간이 최근 1년밖에 되지 않는 점과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 분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또 다른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를 압수 분석 할 경우에는, 최근 1년 이상의 통신 내역과 카카오톡 대화 여부의 확인이 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5일 "고소인들에 대해 휴대전화까지 압수하는 건 수사 비례의 원칙으로 봤을때 과잉"이라며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들은 고소인이면서 동시에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국정농단' 혐의로 고발당한 피고발인 신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고소 사건으로 진행되다가 다른 고발 사건이 들어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이 '국정개입' 보다는 '명예훼손' 수사를 우선 고려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도 '정윤회 문건'이 세계일보 기자에게 흘러들어가게 된 과정과 '청와대 문건'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공모를 통해 박지만 EG 회장에게 건네진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유출 과정을 '박 경정→한모 경위→최모 경위→세계일보 기자'로 결론지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한 경위와 최 경위가 문건을 건넨 동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보 경찰이다보니 정보로 평가 받는다. 정보 업무 담당자들끼리는 정보를 서로 주고 받곤 한다"고 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최 경위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경위도 청와대 회유설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최 경위에 대한 부분은 '고인에 대한 예의'를 들어 구체적 언급을 꺼리고 있고, 청와대 회유설에 대해선 한 경위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 이를 부인했고 변호인들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수사 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박 회장이 청와대 문건을 6개월여 동안 17건이 건네 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받은 문건의 성격에 대해 10건을 비밀문건으로 규정했다. 나머지 7건이 박 회장 부부에 대한 내용이고, 10건이 제3자의 사생활 등이 담긴 내용이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문건을 받은 배경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문건 유출의 공모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박 회장이 문건을 지속적으로 받은 이유에 대해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싫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애둘러 밝힐 뿐,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애초 '정윤회 문건' 수사가 '비선실세'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된 상황에서 박 회장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보고 문건을 받아본 이유에 대해선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수사 외 영역'이라고 밝히는 상황에서, 이 부분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공방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명쾌한 설명이 없다. 검찰은 두 사람의 범행 동기에 대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단된다"는 단순 추정을 내놓았다.
 
문고리 3인방 비서관들과의 권력 싸움에서 밀린 조 전 비서관이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 박 회장을 끌여들였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이 역시 단순 추정에 불과하다.
 
검찰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말미에 '문건 유출'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중대한 일탈행위"라며 "엄정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윤회 문건' 수사에 대해 "'찌라시'나 근거 없는 풍설을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하는 잘못된 풍토를 돌아보고 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수사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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