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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 구룡마을 "살려달라"..강남구청 "내말 들으면"
강남구, 개포중 임시 거주지 마련.."서울시 계획 변경으로 개발 늦어진 것"
2014-11-11 10:35:17 2014-11-11 16:43:35
◇구룡마을(사진=한승수)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1200여가구가 살고 있는 구룡마을에는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아 집집마다 프로판가스를 달고 있다. 집은 건설 폐자자로 덧붙인 판잣집이다. 5~6가구가 한지붕을 공유하고 있다. 공중에는 전기선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대형 화재사고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거주자들은 이를 예방할 조치를 취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관할 기초지자체인 강남구는 법적인 이유를 들고 이를 묵살했다. 결국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118명이 누울 자리도 사라졌다.
 
◇사방에 도사린 사고 위협..무관심한 관할청
 
구룡마을은 매년 여름과 겨울,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산 중턱 토사 위에 올린 판잣집은 여름 장마철 수해를 입었으며, 겨울철에는 크고 작은 화재가 반복돼 왔다.
 
구룡마을은 이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지속적으로 강남구청에 안전대책 수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8월 6일 6가구 1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3지구 카센터에서 화재 직후 구룡마을 주민들은 안전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강남구는 8월20일 "구룡마을은 대부분이 사유지인 관계로 생활기반시설을 설치하는데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불가하며 생활기반시설 설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100% 수용·사용 방식으로 재추진되는 것이니 빠른 시일내에 개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는 답변서만 보내왔다.
 
주민들이 강남구의 개발방식을 수용 해야만 시설 보수·보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룡마을 안전시설 요청에 대한 강남구청 회신공문(사진=한승수)
 
구룡마을과 관련해 서울시는 환지혼용방식을, 강남구청은 100% 수용·사용방식을 고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구룡마을 관계자는 "소관청인 강남구는 구룡마을이 화재와 각종 재난에 취약할 뿐 아니라 주거환경이 열악한 마을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서울시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안전은 뒤로 하고 자신이 주장하는 100% 수용사용방식에 따를 것만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민자치회 "강남구청장 직접 만나지 못한것은 서운"
 
◇구룡마을 화재현장(사진=한승수)
 
지난 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에서는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71세 주모씨가 사망하고, 59가구 11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 2012년 8월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 사업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지혼용방식으로 개발하려 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였다면 구룡마을은 2013년 하반기 이주를 하고, 2016년 개발이 마무리됐어야 했다.
 
하지만 인허가권자인 강남구청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환지혼용방식은 토지주 특혜와 비리의혹을 내세우며 반대, 개발계획은 지난 8월 백지화됐다.
 
사고 이틑날인 10일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집을 잃은 이재민도 있는데 책임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집을 잃은 분들은 공공임대로 이사를 갈 수 있도록 임시로 제공할 것이고, (구룡마을을) 어떻하든 개발을 해서 현재 주민들은 평생 살 수 있는 주거를 만드는게 목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주민들의 전원재정착을 목표로 구청장과 협의를 잘해서 빠른시간 안에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은 온전한 개발이기 때문에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해당지역 기초지자체장인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화재 현장에서 직접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주민자치회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구룡마을 인근 개포중학교에 이재민 임시 거주지를 마련, 이곳을 찾아오는 이재민에게만 숙식을 지원을 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룡마을의 개발이 지연된 것은 당초 100% 수용·사용방식으로 계획돼 있던 개발계획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환지혼용방식으로 변경함에 따라 특혜와 비리의혹이 제기되며 발생한 문제"라며 "구청장은 화재 후 3차례정도 현장을 방문했고, 개포중학교에서 이재민을 돌보고 있다. 사고대책본부장인 부구청장이 화재현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일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사진=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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