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뇌종양과 빈혈을 얻은 노동자 두 명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7일 뇌종양으로 숨진 이모씨의 유족과 빈혈을 앓고 있는 유모(32)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병에 걸린 원인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유해 화학물질에 일정 기간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된 후 빈혈과 뇌종양이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근무한 온양사업장 검사공정에서는 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지는 않았으나 여러 조사에서 벤젠 등 화학물질이 검출됐고, 여러 유해 화학물질이 실제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해물질의 검출량이 허용기준 미만이라도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 장애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며 "여러유해 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주야간 교대근무 등을 한 점을 종합하면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고들은 재직기간 동안 3교대 또는 2교대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고 1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해 피로가 누적되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근무형태가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없으나 과로와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악화시켜 질병 발병을 촉진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 걸린 데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한 판결은 나왔으나, 뇌종양과 빈혈을 얻은 노동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인이 된 이씨는 1997년 5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온양사업장 반도체조립하인 검사공정에서 일하다가 2003년 퇴직하고 2010년 5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유씨도 2000년 7월부터 이씨와 같은 일을 하다가 이듬해 11월 재생불량성 빈혈(무형성 빈혈) 진단을 받고 2003년 3월 퇴직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0년 유씨가 신청한 요양급여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 등은 2011년 4월 업무 중 유해물질에 노출돼 병에 걸린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씨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2년 5월 뇌종양이 악화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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