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와 반도체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 난항을 겪고 있는 협상을 조정하기 위해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삼성과 가족대책위 측의 요구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8차 교섭에서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는 1시간30여분간 협상을 진행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송창호 가대위 대표는 "지난 3차례 삼성전자와의 실무 협상에서 조정위원장 후보 5명을 추천했고, 삼성도 2명을 추천했다"며 "가족 측이 추천한 5명 중 김지형 전 대법관을 조정위원장으로 위축하기로 결정했고 암묵적인 동의를 얻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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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는 고심 끝에 가족대책위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가족 측은 삼성전자와의 2차 실무 협의 후 곧바로 당초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 중 한 명인 김지형 대법관을 최종 후보로 제안했다"며 "우리로서는 고심스러운 대목이 있어 수용하지 못하다가 오늘 7차 협상에서 최종적으로 수용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앞서 송창호 대표와의 통화에서 조정위원장으로 위촉된다면 이를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위원장 위촉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로, 진보 성향의 소수 의견을 많이 내 이른바 '독수리 오형제'라는 별칭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이건희 전 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핵심인사 8명에 대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의 상고심 재판 주심을 맡아 비배임 판결이 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전례도 있다.
반면 이날 테이블에 앉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협상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협상장을 박차고 일어났다. 공유정옥 간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정위원회 설립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나 (삼성전자에) 제안을 묵살당했다"며 "가족대책위와 삼성간 조정위 논의를 원한다면 논의해도 좋지만 우리는 동의한 바 없으니 협상장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차 교섭에서 논의가 진전이 있었다. 종합진단 문제의 경우 향후 진단기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합의했고, 삼성전자도 다시 한 번 사과하는 것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했었다"며 "산재 신청자 기준안 마련에 대해서도 삼성에서 기준 제시하면 토의하기로 한 상황에서 조정위원회 얘기로만 두 달이 지났다"고 비판했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와 가대위의 양자 교섭이 결국 삼성전자에 유리한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보상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제대로 된 협상이 힘들고 당초 반올림이 삼성전자에 요구하고 논의하기로 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협상하기 어렵다"며 "조정위원회는 결국 삼성전자가 편한 협상 방식이고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과거 입장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대위의 정애정씨는 "심상정 의원실에서 처음 중재기구 설립을 제안했을 때 반도체 피해자 가족들 일부는 이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반올림은 가족들의 동의 없이 중재기구 설립안에 반대하고 나섰다"며 "조정위원회 구성은 보상만 먼저 받겠다는 게 아니라 협상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정위는 단순히 보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종합적으로 다룰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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