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카쿠 도레이 사장 "소재 진화 없이 완제품 변화 없다"
소재 경쟁력은 기술 투자에 대한 '기다림.."한국, 양적 성장 거점으로 육성"
2014-07-09 16:12:08 2014-07-09 16:16:31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도레이케미칼의 '비전 2020' 선포식에 참석한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사진=도레이케미칼)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15엔, 20엔에 불과한 실의 가격만 놓고 보면, 소재산업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소재가 진화하지 않으면, 완제품 역시 바뀔 수 없습니다."
 
확고한 철학이었다.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도레이케미칼의 '비전 2020' 선포식. 이날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은 "최근 에너지 절약, 고기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소재의 중요성이 재조명 받고 있다"며 본인의 경영철학을 역설했다.
 
지난 1926년 설립된 일본 도레이는 섬유와 플라스틱, 정보통신 재료, 엔니지어링 플라스틱 등 소재 분야를 집중 육성해 성장해 온 기업이다. 지난해 일본 본사와 해외 계열사의 전체 매출액은 18조9074억원, 영업이익은 1조833억원에 달한다. 우리에게는 발열섬유로 유명한 유니클로의 '히트텍'을 공동 개발한 업체로 친숙하다.
 
도레이가 소재 분야 명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다림'이다. 기존 제조업은 생산 과정의 스피드가 경쟁력을 좌우하지만, 소재는 기술 축적도에 따라 수익성이 판가름 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탄소섬유다.
 
탄소섬유는 1970년대에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현재는 일본 기업들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식체제를 갖췄다. 일본 도레이의 시장 점유율은 40%(2010년 기준). 단기적인 수익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40년간 묵묵히 사업을 전개한 결과다.
 
닛카쿠 사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소재산업에 진출하는데 반해 우리는 40년 전부터 꾸준히 탄소섬유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소재사업을 꾸준하게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재산업은 경영진들이 투자에 대한 판단을 적확하게 내리되 단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기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에 익숙한 탓일까. 장기전을 강조한 닛카쿠 사장의 발언이 주는 울림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국내에서 도레이그룹의 8개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이영관 도레이케미칼 회장은 "소재는 산업의 특성상 참고 기다려야 하는데, 국내 기업은 투자에 대한 이익산출 등에 조급한 면이 있다"며 "삼성과 LG가 최근 소재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에 나서게 된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완벽해 보이는 소재 명가 도레이에도 고민은 있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 더 이상 급격한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제조 경쟁력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도레이는 이 같은 난제의 돌파구로 한국을 택했다. 질적 성장은 일본에서 맡고, 해외에서 양적 성장을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에서 최첨단 소재를 개발하면, 이를 해외 주요 생산 거점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양적 성장을 이끌 주요 거점 중 한 곳이다.
 
닛카쿠 사장은 "한국은 삼성과 LG, 현대차 등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톱 기업들이 소재한 데다 우수한 인력과 정부의 우호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사업 환경면에서)한국만의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기로 하는 등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양국이 FTA를 체결하면 한국에서 생산한 도레이 제품도 수출길이 넓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영관 도레이케미칼 회장은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임금 문제와 정년연장 등 최근 노동환경의 변화와 원화강세 등에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반도체, 전자, 중공업 등 도레이의 고객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소재사업을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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