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각자대표' 바람..위기대응 체제
2014-03-19 17:27:26 2014-03-19 17:31:37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삼성전자, LG화학에 이어 LG전자와 현대모비스 등도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SK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6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오너 리스크를 안은 상황은 타 기업과 다르지만 위기대응의 일환이라는 점은 같다.
 
최근 재계의 '각자대표' 바람은 기업의 위기의식을 잘 보여준다. 사업영역이 늘고 글로벌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의 역할은 커져가는데 1인대표 체제로는 효율적으로 대응키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각자대표 체제는 대표이사 각자가 대표이사의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어서 공동대표 체제에 비해 자율권을 보장 받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구성원들에게 경영 혁신을 강조해온 만큼, LG의 이같은 결정은 '각자대표'로의 체제 전환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을 갖춘 재무최고책임자를 대표이사로 끌어 올려 재무제표 등 글로벌 기준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LG상사 또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19일 "LG전자의 경우 기업의 오너(구본준 부회장)와 전문경영인이 경영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강점이 배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문경영인이 각자대표를 나눠 맡는 대표적 사례다. 올해 45기 주주총회에서도 지난해 주총 때 출범시킨 '3각' 경영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해오다 권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의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권 부회장이 명목상 회사를 대표하면서 부품(DS) 부문을 총괄하고, 윤 사장과 신 사장이 각각 소비자가전(CE) 부문과 모바일(IM) 부문을 책임진다.
 
◇(왼쪽부터)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사진=삼성전자)
 
사업규모가 급증하고 완제품과 부품사업을 포괄하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한 명의 대표이사가 전 사업분야를 책임지기 힘든 구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인 대표에게 집중된 리스크 분산 효과와 경영스피드 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내세우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지 1년.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사상 최초로 분기별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 연간 영업이익 3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환했던 취지가 잘 살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성이 보장된 각자대표 체제는 아니지만 눈에 띄는 경영체제가 있다.  
 
SK는 지난해 1월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의 6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 아래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해왔다. 총수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게 돼 성장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 틀은 더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SK 관계자는 "'따로 또 같이 3.0'은 100% 관계사별 자율책임 경영을 전제로, 관계사가 자사 이익을 기준으로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글로벌 공동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각 사의 CEO와 이사회는 자사 경영에 대해 전적으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총수 없이 협의체만으로 장기경영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결과가 이렇게 됐으니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안정'에만 기울게 된다"고 우려했다.
 
기업비리로 법적 제재를 받으며 경영 전면에서 사라지는 총수들도 있다.
 
오는 21일 총수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SK와 한화 계열사의 주주총회가 열린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도 등기이사직이 만료되는 일부 계열사에서 재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러날 예정이다. 다만 대주주의 권한 등은 유지되는 만큼 영향력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적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지만 미등기 이사들이 직함을 유지하며 경영을 주도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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