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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나로호 발사1주년..'한국형발사체' 준비 어디까지 왔나
오는 2020년 발사 계획..국내 최초 순수기술 개발
2014-01-26 12:00:00 2014-01-26 12:00:00
[전남 고흥=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미세먼지 여파로 서울 시내가 온종일 흐렸던 지난 23일, 전라남도 고흥의 하늘과 바다는 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는 지도로 보던 것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여수공항에서 버스에 올라 3시간여를 달렸을까, 눈앞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이 펼쳐지며 고흥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지난 2013년 1월30일 오후 4시, 고흥 외나로도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로켓)인 나로호(KSLV-1)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이다.
 
나로호는 한국과 러시아가 기술협력으로 개발해 우리 땅에서 쏘아올린 최초의 우주발사체로, 성공에 이르기까지 발사 실패만 2번을 겪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연구원들의 가슴을 졸이고 졸인 끝에 나로호는 매서운 겨울 찬바람을 뚫고 일년 전 우주로 머나 먼 여행을 떠났다.
 
나로호 발사 성공의 감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구원들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나섰다. 오로지 우리의 기술로 제작하는 '한국형발사체'를 쏘아 올리겠다는 것.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한국형발사체의 심장인 엔진을 구성하는 연소기와 터보펌프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 공사가 한창인 산 위에서 바라본 고흥 앞바다. 오른쪽 상단으로 나로호를 쏘아 올렸던 발사장이 눈에 들어온다.(사진=곽보연 기자)
 
한국형발사체는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나라 순수 기술로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궤도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이를 전담해 지난 2010년 3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나로호와 한국형발사체는 크기부터 무게, 투입고도, 총 길이 등 스펙이 상당부분 다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기술의 국산화 정도다. 나로호는 한-러 기술협력으로 1단은 러시아에서, 상단은 한국에서 개발됐지만, 한국형발사체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한국 주도로 개발한다.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태학 사업단장은 "나로호의 경우 엔진은 100% 러시아에서, 상단은 100% 한국의 기술로 개발됐지만 한국형발사체는 국산화 비중을 100%로 높여 엔진부터 머리까지 모두 우리의 힘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림은 한국형발사체 추진을 위한 시험설비 배치 구조도.(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해 필요한 공장만 해도 무려 10종. 나로호 때는 엔진을 러시아에서 수입해왔지만, 이제는 직접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연소기와 터보펌프 등 '엔진 구성품 시험설비' 5종, 3단엔진 연소시험설비 등 '엔진시스템 시험설비' 4종, '단종합 시험설비' 1종 등이 필요했다. 나로우주센터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2012년 첫 삽을 뜬 이후 오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이 시험설비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엔진이 힘을 내 올라갈 수 있게 추력을 뿜어내주는 '연소기 연소시험설비'와 엔진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 그리고 나로호가 발사됐고 앞으로 한국형발사체가 발사될 발사장을 둘러봤다.
 
한국형발사체는 1단에 75톤 액체엔진 4개를 하나로 묶어 300톤급 엔진을 넣고, 2단에는 75톤 액체엔진 하나, 3단에는 7톤급 액체엔진을 탑재한다. 나로호 당시 30톤급 엔진을 개발하면서 연소기와 가스발생기, 터보펌프 등을 제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75톤급과 7톤급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연소기 연소시험설비'의 모습.(사진제공=항우연)
 
엔진 연소시험설비는 1단과 2단에 탑재되는 75톤 액체엔진 시험설비와 3단에 탑재되는 7톤 액체엔진 전용 설비가 각각 필요했다. 각각의 액체엔진 연소 추진 시험에서는 1초에 250kg 분량의 추진제가 투입되고, 시험 횟수가 워낙 잦으며 수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가 함께 대두됐다.
 
이에 항우연은 큰 배관시설을 만들어 시험 시 발생하는 수소가스에 초당 약 1500리터의 물을 분사, 배출되는 물의 온도를 2500도 수준에서 300도까지 낮추도록 설계했다. 또 방폭벽을 'ㄷ'자 모양으로 설계해 시험 실패로 폭발할 시 설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로 했다.
 
이 시험설비의 공사는 올해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2017년부터 75톤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발사체 발사가 이곳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장에는 액체산소와 질소 등을 저장하는 대형탱크와 실린더가 들어서 있었다.(사진제공=항우연)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 공사장에서는 네 명의 전문가들이 대형 탱크를 점검하고 있었다. 엔진의 추진력을 만들려면 연료가 연소되면서 힘이 발생해야 하는데 바로 그 고압가스를 만드는 곳이 터보펌프다. 이 시험장에 있는 탱크에는 액체산소와 케로신, 질소가 저장된다. 터보펌프는 엔진의 심장으로 불리는 만큼 이 시험설비에만 비용 4400억원이 투입됐다.
 
마지막으로 나로우주센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발사장을 찾았을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난 2013년 나로호를 발사했던 이곳에서 오는 2019년과 2020년 한국형발사체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우리를 안내했던 항우연 연구원들의 눈빛에 부담감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고흥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발사장.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던 그 때의 여운이 지금도 남아있는 듯 하다.(사진=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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