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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롤코' 신예 고성희 "롤러코스터는 '18色끼다'"
2013-10-23 16:33:58 2013-10-23 16:37:35
◇고성희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를 보면서 '이런 느낌의 예쁜 일본인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한국말을 서툴게 하는 일본 배우를 잘 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취재진이 영화 '롤러코스터'의 미나미토 역을 맡은 배우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배우 고성희였다. 혜성같이 등장한 이 여배우에 많은 취재진이 '한국인이었어?'라며 입을 떡 벌렸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극중에서는 오동통한 동그란 얼굴형이고, 몸매도 마른 느낌보다는 통통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고성희는 날렵해진 턱선과 늘씬한 몸매를 갖추고 있었다.
 
"연습기간이 두 달이었는데 거의 매일 회식을 했다. 촬영에 임박했을 때부터 살이 올라왔다. 스크린에 내 얼굴이 너무 통통하게 나왔다"며 웃는 고성희는 털털하고 소탈한 매력을 갖춘 충무로 기대주다.
 
"하정우 감독 극찬에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고성희가 '롤러코스터'에서 맡은 역할은 국내 비행사에서 근무하는 일본인 승무원 미나미토다. 곱상하고 순수한 이미지와는 반대로 와인을 병째 마시고, 한국말이 서툴면서 실수도 많이 한다.
 
이 영화는 하정우가 나온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들과 프로젝트 영화 '577프로젝트' 출신들이 대부분이 참여했다. 유독 고성희만 아무런 연관이 없다. 어떻게 캐스팅이 된 걸까.
 
고성희는 "저의 소속사 대표님하고 감독님하고 친하다. 그래서 사석에서 몇 번 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시나리오를 주셨다. 시나리오를 받고 바로 다음날 촬영장에 나와달라고 해서 밤새 시나리오를 읽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고성희는 "나중에 일본인스러운 배우를 찾는데 내가 떠올랐다고 하더라. 볼에 있는 점이 일본인스럽다는 것이었다. 연기를 시켰는데 기대이상으로 잘해줘서 놀랐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학벌이나 프로젝트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고성희가 맡은 미나미토는 유일하게 예쁘게 나오는 캐릭터인데다가 엔딩도 차지한다. 하정우의 배려가 깊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하정우는 최근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송된 '하정우 부라더스'에서 "고성희는 10년 충무로를 대표할 여배우"라고 극찬까지 했다. 
 
전혀 그런 건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웃은 고성희는 "사실 극찬을 할 때는 나도 정말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하정우라는 배우가 그런 극찬을 해줄지 몰랐다. 원래 내가 대화를 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데 어딜 봐야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더라"라고 설명했다.
 
◇고성희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촬영장에서 조금 외로웠다"
 
영화 '분노의 윤리학'에서 자살을 하는 여대생 역에 이어 이번 작품이 겨우 두 번째인 고성희는 서툰 한국말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다. 굉장한 노력이 느껴졌다.
 
먼저 KBS2 '개그콘서트'에서 갸루상으로 나오는 박성호의 말투를 찾아본 고성희는 서툴게 한국말을 하는 일본인을 만나 대본 녹음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달 넘는 시간동안 매일 매일을 꾸준히 연습했단다.
 
고성희는 "극중에 '이런 방버부가'라는 대사가 있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주문한 대사다. 바로 했는데 하도 오랜시간 연습을 했던 말투다보니까 새로운 것도 제 것으로 쉽게 나오더라"라고 웃어보였다.
 
영화 내에는 고성희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포함됐다고 한다. 미나미토의 종종걸음, 술 병나발 불기 등이 고성희의 머릿 속에서 나온 제안이란다.
 
"승무원들이 있는 공간에 나만 대사가 많이 없었다. 얼굴은 걸리는데 뭘 해야할지 몰랐다"고 말한 고성희는 "왠지 미나미토는 뭘 많이 먹을 것 같아서 술을 먹었다"고 웃어보였다.
 
하정우를 비롯해 정경호, 임성천, 김예랑, 강신철, 이지훈, 최규환 등 대부분이 중앙대학교 10년 지기들이고, 이수인은 '577프로젝트' 출신이다. 고성희는 다른 출연자들과 아무런 친분이 없는 유일한 존재였다. 외롭지는 않았었냐고 물었다.
 
고성희는 촬영할 때는 티를 안냈지만 외로움을 많이 탔다고 한다. 누군가가 신경을 쓰게 한 건 아닌데 혼자 눈치를 보고 조금은 이질감을 느꼈었다고 한다.
 
"나중에 하정우 감독님이 '많이 외로웠지'라고 말해주더라"고 말한 고성희는 "다른 오빠들도 '장하다'고 하면서 이렇게 적응 잘하는 애는 처음봤다고 하더라. 조금 힘들었는데 부산영화제도 같이 다녀오고 하면서 지금은 누구보다도 잊지 못할 가족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성희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롤러코스터는 '18色끼다'"
 
말도 조리있게 잘하고, 솔직하다. 말을 하는데 있어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침이 없다. '확실히 끼 있는 사람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천상배우'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고성희는 "어렸을 때부터 끼가 많았다. 사진을 찍을 때 나이답지 않게 반응을 잘하고 예쁘게 나오려는 노력들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배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단다.
 
고3 수험생활 때 연극영화과가 아닌 국제경영학과를 지원하기 위해 수능공부를 하던 중 수시면접 경험을 얻고자 성균관대 연극영화과에 지원을 했는데, 덜컥 붙어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학교에서 영상 연기 수업을 받는데, 영상카메라 앞에 서니까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는 고성희는 "모델 생활을 했는데 연기가 하고 싶어졌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소속사의 제의를 받았고, 배우가 되고 싶은 제 열망과 맞는 지금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스타성이 있다는 말을 줄곧 들어왔다는 고성희는 배우로서 스타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고성희는 "배우가 되서 작품으로 인정받고 많은 인기를 누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초반 영화 '롤러코스터'를 욕으로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생각나면 말해달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고성희는 '아!'라는 작은 감탄사와 함께 "롤러코스터는 '18색끼다'가 어떠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에 보면 약 18명 정도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다 각각의 색이 있고, 다들 끼가 넘친다. 그래서 '18色끼' 어떤가요? 괜찮죠?"라며 설명하며 미소를 띄웠다.
 
이 질문은 '롤러코스터'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이 하정우 감독에게 질문한 것이다. 당시 하 감독은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신이 내린 센스'를 가지고 있다는 하정우가 실패한 답을 힘겹게 해낸 고성희는 재치도 타고 난듯 했다. 
 
재치와 센스, 연기력과 미모를 갖춘 여배우 고성희의 창창한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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