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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숨바꼭질' 전미선 "처음엔 문정희 역할이 탐났다"
2013-08-12 16:22:02 2013-08-12 16:25:2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전미선은 '젊은 연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씬스틸러'로 이름을 올렸다. 어떤 작품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20% 충분히 소화하는 데서 얻은 명예일 것이다.
 
영화 '숨바꼭질'에서도 전미선은 결벽증을 앓고 사는 성수(손현주 분)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민지를 통해 정확히 자기 연기를 펼쳐냈다.
 
전미선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에 출연하는 건 힘들지 않아요. 재밌고 신나요. 자주 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데 영화를 앞두고 있으니 항상 긴장돼요. 내 연기가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사진제공=영화 홍보사 호호호비치)
 
"영화를 보고 고개를 못 들었다"
 
전미선이 연기한 민지는 한 괴한의 위협에서도 두 아이를 지켜내는 모성애를 발휘하는 인물이다. 고상한 듯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속내에는 자신의 아이들을 좀 더 위하려는 어느 평범한 우리네 엄마들의 이기심도 가진 인물이다.
 
"내 비중보다는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손현주씨랑 문정희 사이의 중간 입장으로, 좀 내 감정을 억누르고 연기했어요. 만약 내 감정이 강하게 비춰지면 두 사람에게 방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이 영화 들어갈까 말까 고민이 정말 심했어요. 쉬워보일 수 있는 역할이거든요. 누구도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이 정말 재밌어서 들어갔는데, 그 밸런스를 맞추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출했으면 아마 제 장면이 통으로 날아갔을 거예요."
 
"영화를 보고 손현주씨랑 정희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누를 끼친 기분이 들었거든요. 고개를 못 들었어요. 제가 연기를 못한 부분을 선수들은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다시 마음을 비우고 보니까 스무스하게 넘어가지더라고요. 감독님이랑도 연기를 가지고 의논을 많이 했어요. 감정을 과하게 갔다가 부드럽게 갔다가, 여러번 찍었죠. 제 말을 많이 수용해주셨어요."
 
"감정 과했으면, 통편집 됐을 것"
 
극중 민지는 성수나 주희(문정희 분)보다 비중이 작다. 두 캐릭터의 감정이 민지가 드러내야 하는 감정보다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려 감정을 억눌렀다고 하는 말이 이해가 갔다. 배우로서의 비중 욕심은 없었을까.
 
"욕심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작품을 봐야죠. 제 캐릭터가 감정을 드러내면, 통편집될 게 뻔했거든요. 저를 위해서 더 부드럽게 연기했어요."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은 이번이 데뷔작이다. 반면 전미선은 이미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 배우다. 입봉작 출연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어떻게 이번 작품에 합류하게 됐을까.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낮 12시쯤 보는데, 숨 쉴틈 없이 읽었어요. 숨을 못 쉬었어요. 그림이 딱 그려지는 거예요.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란 점이 불안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정도 시나리오를 쓸 사람이면 기본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제공=영화 홍보사 호호호비치)
 
"처음엔 정희 역할이 탐났어요"
 
MBC '로열패밀리'에서는 재벌가 큰 며느리, '해를 품은 달'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도무녀, KBS2 '일말의 순정'에서는 사랑을 꿈꾸는 노처녀 등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팔색조 같은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40대 중반 연기자 대부분 누구의 엄마로 등장하는 때, 같은 엄마라는 공통점에도 작품마다 특색이 다르다.
 
"작품을 고를 때 먼저 재밌어야 돼요. 그리고 내 역할이 한 장면만 나와도 매력이 있어야 돼요. '제빵왕 김탁구'나 '로열패밀리', '해를 품은 달' 모두 초반에 끝나거나 죽었어야 하는 역할인데 끝까지 갔어요. 그건 역할이 매력있기 때문이거든요."
 
전미선은 이번 '숨바꼭질'에서 민지 역할 보다 문정희가 연기한 주희 역할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드세고 강인한 이미지의 주희 역할과 가녀린 인상의 전미선은 쉽게 매치가 되지 않았다.
 
"민지 역할을 제안 받고, 주희 역할이 정해졌냐고 물어봤어요. 탐났거든요. (문)정희가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았어요. 해볼만한 연기잖아요. 나랑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그건 연기자가 아니죠."
 
"앞으로도 많은 작품으로 찾을텐데요. 전미선이라는 배우는 극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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