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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가 '감시'인가..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논란 가열
“협력업체 지원 수준” VS “바지사장 두고 경영”
2013-06-24 18:31:33 2013-06-24 18:34:44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관리의 삼성인가. 감시의 삼성인가. 삼성전자(005930)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위장도급설’로 때 아닌 곤혹을 치르고 있다.
 
물론 지금껏 파악된 정황으로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고용노동법 위반 근거가 불분명하지만,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이번 의혹을 계기로 최근 SK·GS·한화·CJ 등 재계에 불고 있는 '정규직 전환' 광풍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은 커졌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문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불법 행위로 왜곡돼 비쳐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체계적 관리를 위한 합법적 운영이었다는 주장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휴대폰, 가전제품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 부문인 전자기기 특성상 제조사의 전문적 관리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A/S 수요와 직접 맞닿아 있는 협력업체들과 삼성전자의 긴밀한 관계 형성은 불가피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공세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해당 중소기업들이 진짜 협력업체라면 직원 관리부터 서비스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며 "결국 삼성은 협력업체를 산하조직처럼 운영해 온 셈인데 이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고 등 해결 과정에서 직접 관여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논란이 도무지 진정세를 보이질 않자 더 이상 정부도 상황을 좌시할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24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한 달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수원, 인천, 부산 등 AS 센터를 중심으로, 이를 관리하는 지사와 지점 등 10개소를 한정해 현장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늘부터 한 달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일부 AS센터에 40여명의 감독관을 투입, 불법파견과 관련해 근로감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감독사항은 위장도급 등 파견법 위반과 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등이다.
 
◇“채용, 교육 등 협력사 지원했을 뿐 경영에 직접 관여 안해”
 
이번 논란은 지난 1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전국 124개 서비스센터 중 117곳에 외주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경영과 인사 전반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중소기업들이 직접 직원을 교육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조차 이런 중소업체들의 교육환경 제공을 유도하고 있다"며 "또 중소기업의 경우 채용 자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정직원에 준하는 노동을 하면서도 그만한 처우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 법적 분쟁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 실제 부산 지역의 일부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민변, 민주노총 등의 힘을 빌려 이 문제를 법적으로 걸고넘어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협력업체 직원들은 상시적 저임금, 강요에 의한 연장 근로와 조기출근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조계 일각에서 이번 사안이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로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잦은 야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건당 수수료를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과정 등에서 법정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법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으로,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관리'의 삼성인가, ‘감시’의 삼성인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외근 직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부분도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서 있는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어 결국 '공방'만 가열되고 있는 것.
 
협력업체가 삼성전자 고객에게 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지원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관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친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를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외근 직원들에게 작성토록 권유한 ‘위치정보 수집·이용 동의서’에는 "외근서비스 업무용 전용단말기(PDA)의 위치정보를 삼성전자서비스(주)에서 수집 및 이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적혀 있으며, 위치정보 수집 주체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로 명시돼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에 대해 "제품에 대한 A/S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콜택시를 운용하듯 GPS를 통해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며 "협력사 사장들이 해당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만들고 설치하려면 막대한 금액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스템을 무상지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소속 팀장들에게 근무태도 등과 관련해 각종 보고를 직접 받았다는 주장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는 업체 사장이 팀장급 부하 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언론에 공개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일선 팀장으로부터 협력업체 직원 근무태도 등을 직접 보고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6월과 8월 사이 여름철 서비스 요청 폭주에 대비해 서비스 지연을 방지하고자 협력업체 직원의 가동률을 미리 파악한 것"이라며 "직원 가동률은 협력사 관리자에게 제공받은 것인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필요한 절차"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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