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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M&A)②매물은 많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
2013-02-04 11:00:01 2013-02-04 11:00:01
[뉴스토마토 홍은성·박승원기자] 증권사의 인수합병(M&A)설은 지난해와 올해에만 유독 많이 거론됐던 것은 아니다. 증시가 부진을 겪을 때마다 해법처럼 증권사간 M&A이슈가 부각됐고, 이는 곧 해당 증권사의 기대감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실제 성사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M&A 되는 증권사가 없다
 
지난달 28일 이트레이드증권은 최대주주 지분매각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인수의향자 선정 등의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현재 매각 주간사인 한국산업은행, 노무라증권이 투자제안서를 제공 중에 있다"며 "최대주주인 G&A PEF(3423만9190주, 84.58%)도 매각 의지는 있으나 인수의향자 선정 등의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해 10월 조회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키로 했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은 이후 지속적으로 매각 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희망 매각가격을 매각 난항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트레이드증권의 매각 추정액은 4500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이트레이드증권은 지점이 거의 없는 온라인 위주의 증권사이기 때문에 이 같이 높은 가격대에 사려고 하는 곳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트레이드증권에서는 희망 매각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트레이드증권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안좋을 때 M&A가 성사된 적이 없다. 하이투자, HMC 등도 시장이 좋아졌을 때 인수합병됐다. NH농협증권 역시 시장이 턴해서 좋아졌을 때 매매됐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M&A가 성사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지난 2008년 신흥증권과 CJ투자증권을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증시가 2000포인트를 넘나들던 2008년 2월 신흥증권을 거래가보다 2배가 넘는 가격에 인수했고, 현대중공업그룹도 같은 해 7월 CJ투자증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신규로 증권업에 진출하는 경우여서 증권업 라이센스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그런 수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즉 신규로 증권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대기업이 없다는 것.
 
더구나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지주처럼 대형화를 추진하는 금융업계의 수요도 별로 없다는 점도 증권사 M&A가 부진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력한 인수 가능한 증권사로 꼽혔던 KB투자증권 관계자는 "M&A 말고는 단기간에 증권업계 10위권 진입이 어렵다는 것에 지주사도 공감해 실제로 3~4개 증권사를 후보군으로 검토했지만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인수를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물로 나온 증권사도 너무 비싸다"며 "증권업에 새로이 진출할 때는 비싸게 매수할 수 있지만 일단 업계에 진입한 이상 가격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시너지효과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 프리미엄을 주고 경영권을 인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
 
결국 증권사 M&A의 가장 큰 장벽은 '가격'이다. 때문에 비싼 매각단가가 낮아지지 않는 이상 올해도 증권사 M&A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현재 매물이 나온 것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M&A가 진행 중인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팔려는 쪽에선 가격을 비싸게 부르지만 사려는 쪽에서는 더 낮은 가격에서 매수하길 원하고 있어 딜 자체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증권사들의 경우 높은 NCR규제로 인해 자기자본이 커 기본적으로 부실이 적다.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서는 증권업 라이선스 프리미엄까지 더해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고자 하는 욕구가 클 수 밖에 없는 것.
 
반대로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증권업황이 부정적인 만큼 높은 가격에 살 필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희망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대표도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격차가 심해 증권사 M&A가 부진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며 "매수자의 경우 신규로 라이센스가 필요한 업체가 아닌 이상 증권사 라이센스에 프리미엄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M&A 할 증권사가 없다는 원론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기본적으로 똑같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M&A를 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A 증권사가 특정 사업을 잘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매물로 나왔다면 살 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증권사는 모두 똑 같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M&A가 안되고 있다"며 "합병했을 때 시너지가 있어야 M&A를 시도하겠지만 똑같이 안 좋은 상황에서 M&A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의 고위 임원은 "증권업종의 M&A가 활성화되려면 망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싼 값에 사서 상승장에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업의 합종연횡은 쉽지 않다"며 "이익을 내는 기업도 PBR이 1배도 안되는 증권사들이 많은데, 사는 쪽에서는 싸게 사고 싶지만 파는 쪽에서는 자산가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 인정 안되면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증권업계의 M&A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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