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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어른'은 없고 '꼰대'만 넘치는 한국
2012-11-07 16:38:03 2012-11-07 17:06:41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꼰대'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꼰대는 '늙은이'나 '노인(老人)'를 이르는 은어라고 한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일컬어 쓰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은 구태의연한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로도 쓰이고, 나이 값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질서를 앞세우고, 계급과 지위, 나이를 들어 상대방을 억누르는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어떻든 결론적으로 '꼰대'는 대단히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다. 그러니 '꼰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럼 '꼰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사실 반대말은 없다. 다만 의미를 갖고 유추해보면 '어른'이라는 표현이 반대말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국어 사전에는 없다. 사전에 의하면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다 자라서 자기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지위나 나이가 자기보다 높은 사람, 남의 아버지를 조금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 국어사전에 의하면 '어른'이 '꼰대'의 반대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어른'이라는 표현을 보면 존경심을 담아서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즉 무엇인가 모범이 되고, 배울만한 것이 있는 사람을 지칭할 때 '어른' 혹은 더 높여서 '어르신'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어른'은 단순히 나이 먹은 사람이 아니고, 늙은 사람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이제 본론으로 가보자.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자니 '꼰대'들이 많이 보인다.
 
과거의 화려했던 추억을 뒤로 하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의 주장과 경험을 앞세워 21세기의 청춘을 향해 호통을 치는 늙은이들이 많다. 반면 자신의 경험과 삶을 반추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색하는 어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인정욕구에 목마른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기가 두려운지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쓴다.
 
서슬퍼렇던 70년대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치하에서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명시(名詩)로 한 시대를 관통했던 김지하 시인도 한 말씀을 하셨다. 내게는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던 청년으로 기억에 남은 이 분도 어느덧 70세를 넘기셨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마치 필자처럼 마흔 다섯 밖에 안먹은 어린애한테 훈계하는 조로 말씀하셨다. 평소 세상 진리를 다 깨우친 냥 말씀하시는 버릇으로 보건대 마흔 다섯의 필자는 세상이치도 모르는 풋내기에 불과할 것이다.
 
어디 김지하 뿐이랴. 그래도 한 때는 박정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도 하고,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전 의원은 지난 4.11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정통민주당이란 걸 만들어서 야권에 고춧가루를 뿌리더니 새누리당 품으로 날아갔다. 명분도 거창한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80년대 민정당과 민자당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했던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2012년 대한민국의 경제를 어찌 해보겠다고 다시 나섰고, 나이 좀 먹고, 한때 방귀 꽤나 꼈다는 노인분들은 하나같이 최선봉에 서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있다.
 
아닌 말로 풋내기 40대에 불과한 나같은 사람은 언감생심 어디 한 마디라도 낄 자리도 없다. 하긴 현 대통령의 나이도 어언 만 70세를 넘기셨으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노인공화국'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툭하면 미국이 어떻고, 유럽이 저떻고 하는 하는 분들이 이런 건 왜 미국이나 유럽을 안따라할려는지 이해가 안된다. 보통 40대가 대통령이나 총리를 하고, 그 이상의 '어른'들은 조금 뒤로 물러나서 젊은 정치인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풍토는 왜 배우지 않는 걸까? 왜 죽는 그날까지 맨 앞에서서 "나를 따르라"를 외치려 할까?
 
툭하면 글로벌 경쟁시대가 어쩌고 하는데, 가만히 보면 우리는 60~70대 리더십으로 40대 리더십의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있더라.
 
솔직히 30대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또 어떤가? 같잖고 하찮아 보이지 않는가? 나이도 어린 것이 무얼 안다고 감히 국회의원을 하냐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20대는 말해서 무엇하겠나? 이 청춘들을 감히 자신의 생각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기는 하는걸까?
 
장강의 물도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며 흘러가는데, 한국 정치는 도대체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 자체를 안한다. 그저 옛날 타령이나 하면서, 그저 과거 한때 배웠던 서푼어치 지식으로 변화무쌍한 현재의 세상을 재단하고, 진리를 다 아는 냥 젊은이들을 향해 훈계를 늘어놓는 꼰대들만 득실거린다.
 
조용하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그저 고개 끄덕끄덕하면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간간히 한 마디 툭툭 던져주는 그런 '어른', 청춘들이 보고 배울만한 '어른'을 많이 보고 싶다.
 
하긴 꼰대가 어디 나이에서 비롯된 문제이긴 하겠냐만은(젊은 꼰대들도 많다) 대체로 나이와 꼰대는 비례관계를 갖는 듯 하더라.
 
나도 나이 잘 먹어야겠다.
 
권순욱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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