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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성장 발목잡는 비정규직 ‘악순환’ 고리 끊어야
2012-11-06 16:00:00 2012-11-26 16:07:30
십 수년째 일은 하고 있지만 2년마다 회사를 옮겨다녀야 했던 김씨.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돼 울산 북구 현대차 정문 주차장 인근 45m 높이 송전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던 최병승씨와 천의봉씨.
 
대한민국 비정규직의 설움이자 현주소다.
 
청년실업 문제도 더 이상 지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심각하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한국 고용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뒤에서 세 번째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 취업 비중은 감소하고, 대부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치명적이다.
  
지난 1997년 프랑스 조스팽(당시 총리) 정부는 주 35시간 정책을 입안했다. 적절한 노동 분배를 통한 고용창출, 긴장된 노사관계에 새로운 협상 가능성 제시, 노사간 힘의 불균형 재조정이 주요 목표였다.
 
꽤 이상적인 정책이었지만 도입엔 실패했다. 기업인들과 우파의 반대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프랑스 주 평균 노동시간은 39.5시간으로 늘어났다. 실업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률도 25%를 훌쩍 넘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비정규직 차별이 없어지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10년간 매년 1.1%씩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만 해소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13조~20조원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에 따른 노사·노노간 갈등, 사회적 갈등이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올 8월 현재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비율이 무려 47.5%에 이르고 있다. 약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임금비율도 정규직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사실상 정규직과 같은 일은 하면서도 대우는 천지(天地) 차이다. 떠돌이 직장인이 되지 않기 위한 재계약을 위해서라면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내년 상황은 더 참담하다.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추락하는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을 게 뻔하다. 수출도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고, 미뤄졌던 고용조정 가능성도 높다. 고용 빙하기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장년층의 고용 증가로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 들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고용대박’을 외치던 정부의 목소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대책다운 대책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해법제시와 함께 정규직 노조들도 꽉 움켜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따뜻한 일자리’는 나만 혹은 우리가족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한 집 걸러 있는 비정규직 가장의 가정, 즉 이웃과 함께 누리는 것이어야 한다.
 
이승국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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