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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방통위 조직개편, 독임제 목소리만 들린다
2012-11-02 16:00:00 2012-11-02 16:00:00
요즘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의 주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조직개편이 이뤄지느냐다.
 
국실장급 간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이번 정부에서 시작된 위원회 체계를 독임제 장관 체계로 바꾸고 지경부, 문화부 등에 흩어진 방송통신 콘텐츠 업무도 새 독임제 부처로 통합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에는 방송과 통신 관련 학회, 사업자협회, 포럼 등 38개 단체가 모여 'ICT대연합'이라는 조직체를 만들고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관련단체들이 모인 것도 처음이거니와 통신사 등 업계와 전직 정보통신부 고위 관료, 영향력 있는 학자들이 한데 뭉친 것도 처음이다. 이렇게 모인 ICT대연합의 주된 활동목표는 사실상 차기정부의 방송통신 독임부처 신설이다.
 
이 하나의 목표로 업계나 학계에서 '한칼' 있다는 인사들이 다 모였으니 독임부처 신설이 얼마나 숙원사업인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ICT대연합은 지난달 박근혜 대선 후보를 초청해 방송통신 분야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박 후보는 독임제 부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다. ICT대연합이 독임제 부처를 위한 압력단체임이 드러났던 순간이다.
 
차기정부의 ICT 관련 부처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실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고 있는 IT강국의 면모를 다시 가다듬고 방송과 통신업계 안팎의 여러 골치아픈 현안에도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임제 부처가 가지는 효용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오로지 독임제 부처 신설에만 너무 쏠려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엄밀히 따져보면 독임제가 주목받고 있는게 현행 위원회 체계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기반한 건 아니다.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거대 통신사업자들로 이들은 과거 정통부 시절의 효율성과 사업편의성을 그리워한다.
 
구 방송위원회가 사실상 정보통신부에 흡수통합되면서 방통위 내부적으로 통신으로의 쏠림이 커진 것도 독임제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들리는 원인이다.
 
현행 방통위는 겉으로는 위원회 구조지만 사실상 독임제 비슷하게 운영됐다.
 
정권을 창출한 일등공신이 '미션'을 가지고 방송통신 부처의 수장으로 왔고, 그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논공행상을 했고 정권의 호불호를 기준으로 정책을 폈다.
 
위원회의 합의정신은 무시되기 일쑤였으며 대통령 측근으로서의 숨은 권력도 유감없이 사용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위원회 체계가 굴러가지 않은 셈이다.
 
독임제로 가든 위원회로 가든 어느 한편을 들 생각은 없다.
 
다만 현재의 논의는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많이 편향되어 있고 이것은 올바른 결론을 내는 데 방해가 된다. 업계는 물론이고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의 공정하고 건강한 논의를 기대한다.
 
이호석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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