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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아! 중국"..저가 물량공세에 맞선 토로
2012-09-26 17:11:47 2012-09-26 17:13:04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이해 양국의 철강산업을 기념하고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중국산 철강재의 '과잉공급'에 대한 국내 철강업계의 성토가 이어졌다. 
 
지난 25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제36회 철강산업발전포럼'에서 철강업계와 학계,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산 저가 철강의 과잉공급에 따른 국내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국 측의 류하이민 박사는 예상치 못한 국내 철강업계의 집중포화가 이어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국 철강업계 사이에 깊게 패인 갈등의 골만 확인한 자리였던 셈이다.
 
◇"중국이 리더로서 책임과 역할 다해야"
 
◇오일환 철강협회 상근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중 철강산업은 지난 20년동안 긴밀한 협력과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이종인 현대제철(004020) 전무는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 근접성과 우호적 관계를 토대로 지난 20년간 동반성장 할 수 있었지만 과연 철강산업도 함께 발전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정부정책의 실기와 방조로 공급과잉 악순환이 계속돼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각각 6억8380만톤, 6850만톤이다. 중국 생산량 중 10%정도만 한국으로 수입된다 가정해도 한국의 전체 조강 생산량을 능가하게 돼 업계로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초과설비는 오는 2020년 3억2000만톤으로 확대될 지경에까지 내몰렸다.
 
이중 중국이 50~6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공급과잉'은 우리업계에게 골칫덩이이자, 생존을 걸고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신재철 포스코(005490) 상무도 이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철강교역의 불균형이 심화돼 통상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며 "해소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패널토론에서 과잉공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이 과연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류하이민 중국야금공업경제발전연구센터 박사는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 "지나친 걱정은 말라"며 "정부가 충분히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단기적 해결은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 시장의 기본적인 룰에 따라 (오염배출 기준 등에 미달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인 전무는 이에 대해 "중국의 중앙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면서도 실행에 있어서는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에 책임을 돌리고 회피하고 있다"고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포럼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3국간 협력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공급과잉을 제공한 중국이 리더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중·일 3국의 협의기구나 협력체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가격경쟁력 어디서 나오는지 의문"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포럼에는 철강업계와 학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중국의 가격경쟁력 원인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H형강의 경우 한국에서는 90만원대인데 비해 중국산은 7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비롯한 주요 품목이 무역마찰에 이를 정도로 가격차이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류하이민 박사는 "예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고, 인건비 부문에서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 가격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전무는 "중국정부가 원자재나 에너지 구입비용 등 12개 항목에서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업체를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국업체들이 증치세 환급을 노려 보론강 수출을 늘려 철강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도 언급됐다. 한국 측은 민간협의를 통해 보론강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해 왔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중국 측은 "현재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수준의 환급을 하고 있을 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보통강에 대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을 폐지했다. 하지만 보론강(붕소를 첨가한 강재) 같은 합금강에 대해서는 9%의 환급을 유지하고 있어 중국업자들이 이를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보론강은 경도가 높아 건축물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포럼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중국의 철강산업의 토대가 마련됐고, 중국산업이 한국을 많이 따라온 시점에서 과잉공급에 대한 문제에 대해 우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포럼은 오후 6시를 넘어서까지 200여명의 관계자가 대부분 자리를 지켜 중국 철강산업에 대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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