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년)④'라이프 스타일' 대변화..개인주의 아닌 연대 강화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 출퇴근..온라인 마켓 인기 급상승
방사능 우려 일본 식품 꺼리고 수입산 선호 현상 뚜렷
2012-03-11 06:03:00 2012-03-11 06:03:00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대지진은 일본인의 삶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1년 전 당시 대지진이 교통과 통신 두절로 이어지자 많은 사람들이 퇴근을 못할뿐 아니라 가족들과도 소식을 주고받지 못했다.
 
그 후 일부 직장인을 중심으로 지하철, 버스 대신 자전거를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본 정부의 환경정책과 맞물려 자전거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고 패션업계는 자전거 출퇴근족을 위한 정장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진이 일본 사회에 가져온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에서 물건 구매에 이르기까지 일본 곳곳에서 나타난 트렌드 변화가 새로운 소비시장 창출의 발판이 됐다.
 
◇ 지난해 올해의 한자 '키즈나'..결속력 중요시
 
흔히 '일본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본 음식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인용 좌석과 얼마전 등장한 1인용 노래방까지 개인주의적 삶을 추구하는 일본인의 모습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지진 이후 개인주의는 일본인을 수식하던 단어에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올해의 한자로 '키즈나(絆)'를 선정했다. 키즈나는 '유대', '기반'을 뜻하는 단어로 대지진 이후 사람 간 유대와 결속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키즈나는 이웃끼리 서로 돕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임 갖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기존의 모임이 네트워킹을 통해 메리트를 얻으려 했던 것이라면 키즈나 모임은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로 힘을 얻고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자 자발적으로 형성된 모임"이라고 전했다.
 
또 이는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일본 사회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도 더해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쿠호도 생활소비 연구소는 "키즈나 모임을 통해 창출되는 소비규모가 연간 4조1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 눈치 안보고 마음껏 구매 가능한 온라인 마켓 '각광'
 
지난해 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 업체의 매출은 부진한 반면 편의점, 온라인마켓 등의 매출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진 발생 직후 오프라인 마켓에 품귀 현상이 발생해 빈 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소비자들이 온라인 마켓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는 "일반적으로 일본의 온라인 마켓에서는 거리가 먼 타 지역의 음식, 디저트 등이 주로 팔렸지만 지진 피해를 계기로 생수와 각종 일용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진 직후 물 품귀 현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온라인 마켓은 랩, 세제 등 일용품, 주방용품, 채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구매자가 선호하는 생산지를 지정할 수 있으며 사재기 행위에 대한 비난까지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맞물리며 온라인 마켓의 재구매율은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잇따라 도쿄 인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면서 '라이프 서포트 20종 세트'와 같은 지진용품 구매 러시가 나타나기도 했다.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는 "작년 지진을 겪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방재용품 판매 증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소비 패턴에 힘입어 이온 등 대형유통업체와 가전양판점, 홈센터 등 다양한 채널의 유통업체가 특수를 맛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日 식품 못 믿겠다"..안전한 수입産 선호
 
간헐적으로 터지는 식품의 방사능 검출 소식은 일본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주요 언론은 메이지 유업의 분유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소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당국과 해당기업은 검출량이 기준치 미만이라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지만 방사능 소, 방사능 쌀에 이어 방사능 분유까지 등장하자 먹거리 안전에 촉각을 기울이게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AP통신은 방사능 우려로 외지 채소와 생수 구입을 위해 매달 2000엔 가량을 쓰고 있는 소비자의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사능 식품에 대한 공포는 피폭지역 부근 식품 기피에서 수입품 선호로 이어졌다.
 
코트라는 "일본인들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자국산 식품 불신과 수입 식품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열흘 남짓 지난 시점 도쿄 수돗물에서 고농도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면서 음용 생수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5년 이후 일본 식품시장은 30조엔 규모에서 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다. 계속되는 방사능 검출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식품업계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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