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지난 16일 오후 KBS 2TV가 정파된 지 28시간 만에 정상 송출되면서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하 케이블SO)의 재송신 분쟁도 봉합 수순을 밟고 있다.
CJ헬로비전과 지상파방송3사는 17일 오후 6시께 재송신 협상을 타결했고 다른 케이블SO 역시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사와 각개 교섭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SO측은 “재송신 단가와 계약기간 등 모두 대외비에 부쳤다”며 “아직 본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합의서면에 가이드라인을 명시한 만큼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1차 재송신 분쟁과 달리 지상파 디지털신호와 아날로그신호가 모두 끊겼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유례가 없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시청자의 비난여론은 사태를 야기한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SO,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에 골고루 쏟아지고 있지만 사태의 후과는 지상파방송사를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협상 중 실력행사? 시청자 붙들고 인질극 벌이나”
이번 사태는 1차적으로 방송사업자간 재송신 요금을 놓고 벌인 밥그릇 싸움이다.
문제는 그 와중에 시청자가 ‘인질’로 붙들려 시청료를 내고도 방송을 못 봤다는 데 있다.
일부지역을 제하고 디지털신호와 아날로그신호가 모두 끊기는 이른바 ‘블랫 아웃’ 사태가 하루 넘게 이어졌고, 이 기간 불편을 겪은 시청자는 1200만 이상을 헤아린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17일 KBS 2TV 재송신을 중단한 케이블SO에 대해 “시청자를 볼모삼은 정도가 아니라 죽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인질극을 벌인 격”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협상 중 시청권을 침해하는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케이블SO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협상기간 케이블SO 비대위는 지상파방송사측과 개별협상을 원하는 일부의 목소리를 누르고 공동대응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는 데 한몫했다.
◇KBS 2TV 재송신 중단에 시청률 반토막
IPTV, KT스카이라이프에 이어 케이블SO와도 재송신 요금 계약을 맺으면서 지상파방송사는 고정적 수입원을 또 하나 얻게 됐다.
하지만 재송신 분쟁기간 치부를 여럿 드러냈다는 점에서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수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TNmS의 보고서에 따르면 KBS 2TV에서 방영되는 월화드라마 <브레인>의 경우 지난 16일 시청률은 전국 기준 6.1%를 기록해 지난 9일 16.5%에서 10% 넘게 하락했다.
케이블SO가 전국적으로 재송신을 중단하자 시청률이 한주 전과 견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인데, KBS 2TV에서 이날 오후 방영된 다른 프로그램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타 인생극장 컬투>는 6.5%에서 1.9%, <세계는 지금>은 5.0%에서 1.3%, <위기탈출 넘버원> 9.6%에서 3.6%,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9.7%에서 3.6%로 떨어지는 등 한주 전과 견줘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광고주협회 "금전적 피해 보상" 요구
프로그램 시청률이 급락하면서 광고주가 지상파방송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KBS 2TV 재송신이 중단된 지난 16일 오후 성명을 내고 “오늘 사태로 광고주는 커다란 금전적 피해와 광고·마케팅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케이블SO의 난시청 해소와 광고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던 지상파방송사 목소리를 반박하는 주장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실제 지상파방송3사는 자사의 시청 커버리지가 90% 전후라고 주장하지만, 직접수신 가구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지난해 통계청 발표로 드러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자랑하는 시청권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수신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지상파방송의 실제 시청권이 얼마나 미미한지 여실히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수신료 받는 KBS, 이중 과금 아닌가”
수신료가 재원의 40%를 채우고 있는 KBS의 경우, 콘텐츠 대가가 유료방송 수신료로 전이되면 시청자에게 이중과금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무료보편적서비스를 구현하는 의무재송신채널은 KBS 1TV에 국한되지만, KBS가 1TV와 2TV를 분리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수신료 이중 납부 문제 때문에 사태에 대한 일차적 비판은 케이블SO를 향해도 KBS를 향한 여론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더욱이 지상파방송사는 현 사태와 관련, 메인뉴스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편파보도를 쏟아내 균형보도라는 공적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ㆍMBCㆍSBS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디지털방송 시청자의 수상기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며 18일부터 홍보에 나섰지만 이 역시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 가구 규모 논란이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에 대비해 미리 커버리지를 늘려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말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앞두고 조만간 전국의 디지털방송 수신환경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지상파의 직접 커버리지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윤곽이 드러날 수 있게 된다.
케이블과 지상파의 재송신 분쟁은 결국 사업자들의 '이해'가 시청권보다 앞서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 됐고 방통위 역시 이를 예방하고 해소할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꼴이 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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