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레드라인부터 투키디데스까지…미 일극 체제 '흔들'
중간선거와 이란 전쟁…시진핑 '우위'·트럼프 '침묵'
2026-05-14 17:52:20 2026-05-14 18:28:3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중국 베이징을 무대로 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세계 질서의 중대 '변곡점'이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이 '4대 레드라인(마지노선)'을 설정하고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의 관계를 상징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미국에 직접 압박하는 형태를 보인 것이 관건인데요.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흔들리고 미·중 패권 경쟁이 '수평적 상태'로 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에서 중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의 '선공'…수위 올린 '하나의 중국'
 
'세기의 담판'으로 평가받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은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 중국 측의 선공으로 시작됐습니다. 앞서 주미중국대사관은 12일 엑스(옛 트위터)에 '미·중 관계의 4대 레드라인'이라며 '그것들은 도전받을 수 없다'고 그래픽을 게재했습니다. 4대 레드라인은 △대만 문제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 경로와 정치 체제 △중국의 발전 권리 등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대만 문제를 가장 첫 레드라인으로 설정했습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여기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외국 정상들에게 요구합니다. 특히 미국에는 대만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군사 접촉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최근 대만 무기와 관련해서는 거듭해서 축소를 요청해 왔습니다. 
 
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수출 통제와 관세 등 무역 제한 및 기술 제한에 나서는 상황에서 '중국의 발전 권리'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하며 경제 성장에 대한 압박을 풀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국 측의 선전포고는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으로 더 명확해졌습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부딪치거나 심지어 충돌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시 주석은 직접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 평화 문제를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당시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시 주석의 압박 수위가 올라간 겁니다. 
 
이와 관련해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직설적인 어법으로, 가장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경고를 한 것"이라며 "11월 중간선거, 이란 전쟁 등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아쉬울 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 주석은 경제 안정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가 다시 불거진다면 다 파탄 낼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시사하는 바는 '세계 질서의 변화'입니다. 시 주석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미·중 양국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국 관계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지"라며 "양국이 협력해 세계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고 세계에 더 큰 안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역사적 질문이며, 세계적 질문이며, 인류의 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는 우리 시대, 즉 강대국의 지도자로서 우리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시 주석이 언급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전쟁처럼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수용할 수 있다"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에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라는 것을 밝힌 것으로 동등한 강대국의 차원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미·중 관계가 중국의 수동적 대응을 넘어 '수평적 관계'로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실상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실질적인 주요 2개국(G2)으로 가는 분기점에 있다는 건데요.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최전선에 내걸며 관세 전쟁을 개시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도 흔들리게 되는 겁니다. 미국과 중국의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 당시 '관세 휴전'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카드를 쥔 셈이 됐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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