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 거물 총출동…셈법 복잡해지는 K반도체
엔비디아·마이크론·퀄컴…방중 동행
미중 관계 해소 기대감…한국 ‘수혜’
GPU 공급 확대, 메모리 수요 커질듯
중 반도체 성장에 국내 소부장 ‘부담’
2026-05-14 15:03:30 2026-05-14 15:56:07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경제사절단 명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 화두가 AI 반도체인 만큼,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반도체 수출 규제가 완화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만큼, 중국 시장 활성화에 따른 실적 반등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 제재 완화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세를 더욱 키우면서 국내 소부장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이 베이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 봉쇄를 기화로 기술 자립
 
14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산제이 메트로트라 마이크론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AI 반도체 업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탁월한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을 개방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그래야 뛰어난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해 중국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 행보로 미국의 대중 AI 전략 변화 가능성이 주목됩니다. 미국은 지난 2022년부터 자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의 대중 수출을 규제해왔으며, 트럼프 정부 역시 최신 GPU의 대중 수출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의회가 자국 반도체가 제재 대상 국가로 유입되거나 군사·감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AI 감시법(AI Overwatch Act)’을 초당적으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중국은 H200(엔비디아의 대중 수출용 GPU) 수입을 제한하는 등 미국이 규제를 완화하는 상황에서도 역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영향력이 크게 위축됐고, 황 CEO는 미국 싱크탱크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처럼 큰 시장 전체를 내주는 건 전략적으로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며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정책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AI 칩부터 메모리, 장비까지 산업 전반의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어센드 950PR’을 자국 빅테크 기업에 공급하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고,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메모리 업체들도 공정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를 오히려 성장 기회로 활용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K반도체, 수출 증가 나비효과?
 
업계에서는 미중 관계 완화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H200 등 중국용 AI 칩 판매가 재개될 경우, 해당 제품에 탑재되는 HBM 수요 역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향 AI 칩에는 HBM3·HBM3E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요 공급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GPU 공급 확대에 따라 중국 내 AI 산업 투자가 늘어날 경우 간접 수혜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중국의 AI 투자 확대는 HBM과 고사양 D램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중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완화된다면 중국 수출 및 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국내 대중국 수출 모멘텀 강화라는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출 규제 완화가 한중 간 무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도 중국은 하나의 큰 시장”이라며 “그간 미국의 대중 규제로 중국 진출 과정에서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었는데, 미중관계가 복원되면 한국 입장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 추격 더 가팔라지나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장비와 기술 규제로 제한됐던 중국의 공정 성숙도가 더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이 “기존 협상 상태 연장 및 상징적 성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에서는 중국이 2025년 정상회담에서 절대 우위를 입증한 만큼 희토류 카드를 앞세워 베이징이 ‘더 큰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라는 의견이 확대 중”이라고 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TSMC 테크놀로지 심포지엄 2026’에 참가해 HBM4를 전시했다. (사진=SK하이닉스)
 
여기서 거론되는 ‘더 큰 양보’는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로, 이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점진적으로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조 연구원은 “미 행정부가 메모리 부족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구축 지연 우려로 14나노와 7나노(에 대한) 화홍 및 화리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HLMC)의 장비 구입이 비공식 면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핵심은 비공식이라는 점에서, 다음은 중신궈지(SMIC), 그 다음은 CXMT, YMTC로 확장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공정 경쟁력 강화가 일부 국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레거시 노드(성숙 공정) 쪽으로 수출을 하던 일부 업체들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정상회담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양국 기업의 주요 고객층이 다른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우리나라 기업은 주 고객이 미국인 반면, 중국은 지금 중국 기업이 고객”이라며 “우리나라도 지금 수준의 중국 기업(제품)은 받지 않는다.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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