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 분쟁 여파로 발생한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6조원에 달하는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에서 비롯된 데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실제 판매 수익은 제한되면서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을 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단기 실적보다 향후 정산 규모와 보전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및 화학 부문 주력 생산기지인 SK 울산 콤플렉스. (사진=SK이노베이션)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963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1분기 2조16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에쓰오일(
S-Oil(010950))은 전년 동기 대비 171% 급증한 1조2311억원을,
GS(078930) 계열사인 GS칼텍스는 영업이익이 1310% 폭발한 영향으로 1조6367원의 수익을 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 또한 93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01.6% 성장했습니다.
기록적인 수치에도 업계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이유는 영업이익의 질적 측면에 있습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6434억원이 재고 관련 이익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전사 재고 관련 이익은 1조249억원이며, 이 중 SK에너지만 77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사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이라며 “1분기 기록한 재고 관련 이익은 유가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손실로 전환될 수 있고 높아진 제품 가격은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제 제품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실제 본업의 수익성은 악화한 상태입니다. 대한석유협회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3월 중순 제도 시행 이후 정유사들이 떠안은 손실액은 최소 2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경유와 등유는 국제가격 변동 폭의 약 60%만 최고가격제에 반영됐고, 휘발유는 80~90% 수준에 그친 결과입니다.
정유사들의 시선은 정부가 다음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인 정유 4사 대상 ‘1차 손실 보전’에 쏠리고 있습니다. 정유사가 생산 원가와 최고가격 간 차액을 산정해 제출하면 정부가 ‘최고가격 정산위원회’ 검증을 거쳐 보전액을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원가 기준의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정유업계는 공정 특성상 유종별 정확한 원가 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맞서고 있어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됩니다.
재원 부담도 변수입니다. 정부가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편성한 목적 예비비 4조2000억원 가운데 이미 상당 부분이 제도 시행 한 달 반 만에 발생한 누적 손실액 정산에 쓰일 것으로 추산되면서 추가 재원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수급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한 최고가격제를 당분간 유지하려면 현실적인 재원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약속한 실질적 손실 보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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