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으로 인해 윤씨가 죗값을 충분히 치르지 않고 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정인물을 지정해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내란'은 물론 '내란 목적 살인'을 저질러 1심에서 사형에 처해진 전두환씨도 구속된 지 750일 만에 풀려난 전례가 있습니다. 내란과 같이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범죄에 대해선 사면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왼쪽 위)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원 판단은 "12·3 비상계엄=내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이나 계엄법은 비상계엄을 하더라도 국회 권한을 침해하거나 행정·사법 기능 침해할 수 없는데, 이를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면 (비상계엄이)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해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2·3 비상계엄=내란'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물론 윤씨의 형이 이번 선고로 확정된 건 아닙니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 항소심에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 항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윤씨는 이튿날인 20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법원 판결에 불복 의사를 드러낸 셈입니다.
전례 남은 '내란범 사면' 역사, 우려
하지만 벌써부터 내란범에 대해선 사면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란수괴' 전두환씨는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을 일으킨 혐의로 1996년 8월 1심에서 사형을 받았습니다. 이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그해 12월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합의로 전씨, 전씨와 같은 혐의로 복역 중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습니다. 1995년 12월 전씨가 검찰의 출석명령에 불응, 체포돼 구속된 지 750일 만이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전씨와 노 전 대통령을 사면한 명분은 '국민 대통합', '경제 난국 극복'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헌을 문란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뒤흔든 내란범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사면권은 헌법에 근거합니다. 헌법 79조 1항은 "대통령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특정 범죄 종류를 지정해 해당하는 모든 범죄자의 형 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는 '일반사면'은 헌법 79조 2항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특정 인물을 지정해 형 집행을 면제하는 '특별사면'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차기 정권의 성향에 따라선 윤씨 역시 특별사면을 통해 조기에 석방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겁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 관련 입장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민주당, '사면금지법' 추진에 속도전
혹시 모를 윤씨의 사면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민주당은 일명 '사면금지법'을 신속히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윤씨의 무기징역 선고 직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주도, 사면법 개정안을 심사했습니다. 사면법 개정안은 2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24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면법 개정안은 26건입니다. 이 중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범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사면법 개정안은 18건에 달합니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내란, 반란, 외환 죄 등 반인륜적 범죄의 경우 유죄가 확정되면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 △내란죄 등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결정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실제 법 개정까지는 '위헌 논란'을 넘어서야 할 걸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사면권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이를 법률로 제약하는 건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일부에서도 위헌 우려를 갖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위헌'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헌법학을 전공한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은 사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면은 법치주의의 예외적 조치로서 사법권도 형해화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법률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헌법을 파괴한 범죄자가 사법절차를 거쳐 유죄가 확정되고, 수형하게 된 경우에 법률(사면법)로써 사면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논리적으로 더욱 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사면권 자체를 폐지하거나 헌법 79조 2항에 반해 국회의 동의 없이 일반사면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닌 한, 위헌의 소지는 없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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