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감축, 新경제영토)(2)감축을 넘어서…국제감축사업이 여는 경제영토
감축은 중요했지만 왜 일상에서 멀었나
감축이 아닌 '구조'가 바뀔 때 전환이 일어난다
경제영토를 만드는 생태계 전략, 국제감
2026-02-11 06:00:00 2026-02-11 10:17:37
'담론과 정책 불일치 개선 국민주권 옴부즈만 운동(바로가기)'은 제5호까지 이어지며 청와대·국회·정부·관계기관 간 협업 체계를 일정 부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고, 정책 논의가 실행 궤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CO₂ 국제감축사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후산업과 기술 기반 중벤스 육성, 국가 역할 정립 영역에서는 협업이 여전히 미흡한 상태입니다. 제2회 국무회의에서도 경제부총리가 올해 6월까지의 추진 계획을 언급했지만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고, 실질적 토의 없이 총리의 '접수' 선언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ODA 사업과 함께 성장해온 경북 포항 기반 기술기업 '베리워즈' 대표의 특별기고를 통해 CO₂ 국제감축사업과 기후산업 전략의 실질적 방향을 다시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왜 국제감축은 늘 '중요하지만 멀었던가'
 
2000년대 초반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90% 이상이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비율은 여전히 90%를 넘는다. 그런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왜 우리의 일상과 선택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까?
 
기후위기는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자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지·행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가까운 위험에는 민감하지만, 기후위기처럼 거시적이고 먼 위험에는 둔감해진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은 정책 담당자에게는 '해야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일', 기업에게는 '의미는 있지만 비용과 리스크가 큰 일', 시민들에게는 '나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로 인식되어 왔다. 기존 감축사업은 복잡한 제도와 감축량 중심 평가 속에서 삶과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자연스러운 전환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1900년 뉴욕 5번가의 모습(왼쪽)과 1913년 뉴욕 5번가의 모습. 같은 거리지만 마차 중심에서 자동차 중심 교통으로 빠르게 전환된 변화가 확인된다. (사진=조지 그랜덤 베인 컬렉션)
 
1900년대 초 뉴욕의 흑백 사진을 보면 거리는 마차로 가득하고, 자동차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불과 10여년 뒤 같은 거리를 보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자동차가 도로를 채우고, 마차는 사라졌다.
 
변화는 인식이 아닌 조건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자동차가 더 빠르고 멀리 갈 수 있었고, 도로·정비·금융 같은 주변 구조가 함께 갖춰지면서 더 자연스럽고 편한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변화는 '이게 더 낫다'는 생활 속의 선택이 쌓일 때 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탄소중립 사업모델은 이 간극을 해소하기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죄책감과 더 강한 도덕적 호소를 요구해 왔다. 더 비싸고 불편한 선택을 제시한 뒤 '환경을 위해 참아 달라'고 설득해 온 것이다.
 
감축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온실가스 감축사업 설계 방식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해 전환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더 편하고 저렴하며 필요해서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선택한 제품과 서비스가 어느 순간 탄소중립의 기본 생활 패턴이 되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감축을 목표로 삼는 순간 사업은 일회성에 머문다. 반대로 구조(생태계)를 목표로 설계하면 감축은 그 구조가 작동한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러한 접근은 개도국에서 감축을 수행하는 국제감축사업에서 특히 중요하다.
 
신흥 개도국 도시 안에는 하나의 작은 생태계가 형성된다. 전기 이륜차를 중심으로 제조·충전 인프라, 배터리 관리와 정비, 운행·에너지 데이터와 탄소 배출권, 금융·결제 서비스가 하나의 구조로 엮인다. 그러면 개인의 일상 변화가 도시의 교통과 에너지 구조 전체를 바꾸는 전환으로 이어진다.
 
왜 이 사례는 다르게 작동했는가
 
경상북도 기후기술 기업 베리워즈가 캄보디아에서 추진 중인 전기 이륜차 국제감축사업은 2025년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감축사업(ITMO) 승인을 받았다. 이 사업은 전기 이륜차라는 단일 제품 수출이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와 국제감축사업을 연계해 제조–보급–운영–회수·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기존 감축사업과 뚜렷이 구별된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감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만든 생태계 설계에 있다. 출발점은 결코 안전한 선택이 아니었다. 캄보디아의 제도·인프라 공백을 전제로, 베리워즈는 이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고 여러 공공 프로그램을 퍼즐처럼 연결해 나갔다.
 
먼저 한국에너지공단 ODA 자금으로 전기 오토바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으로 제조 공장을 구축했고,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업으로 운행·충전·관리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기반 위에 국제감축사업을 얹으면서 제조–판매–운영–회수·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생태계를 완성했다.
 
모든 전기 오토바이에 사물인터넷(IoT) 장비를 장착해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했다. 이 장비는 동시에 도난 방지 역할을 했고 2년마다 리퍼비시 서비스를 제공했다.
 
캄보디아 환경부 청사 내 설치된 배터리 교환소 이용 모습. (사진=베리워즈)
 
배터리 교환소는 단순한 충전 시설이 아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문화복합공간으로 확장됐다. 이 공간을 통해 K-콘텐츠와 한국 제품이 캄보디아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전기 오토바이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부, 렌탈, 충전 멤버십, 애프터서비스, 사고·도난 보험까지 설계했다. 화석연료 오토바이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조건을 제시해 캄보디아 국민이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전기 오토바이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국제감축사업을 추진하며 구축한 캄보디아 정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정부 청사와 경찰서에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했다. 이에 전기 오토바이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의 캄보디아 진출 길이 열렸고, 문화복합공간에서는 한국 문화 공연과 제품 판매가 시작됐다.
 
생태계가 남는다는 것은, 경제영토가 된다는 뜻이다
 
이 모든 과정은 단일 프로젝트의 단기 성과를 넘어선다. 특히 국제감축사업을 중심으로 제조·에너지·플랫폼·금융·문화·재활용이 연결되는 복합 생태계가 실제로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태계가 남는다는 것은 감축이 끝난 뒤에도 시장이 남는다는 뜻이다.
 
이 생태계는 한 기업만의 해외 사업이 아니다. 다양한 우리나라 중벤스들이 함께 진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제영토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한 도시에서 출발한 이 구조가 여러 나라로 확장될수록 전기오토바이·배터리·충전기·소프트웨어·금융·콘텐츠·친환경 제품 기업 등 우리 중벤스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검증된 모델은 다른 국가로 빠르게 복제될 수 있다. 그때마다 우리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경제영토는 한 나라의 내수를 넘어 수억 명, 나아가 수십억 명 규모로 확장된다.
 
국제감축사업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파리협정 발효 이후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신흥 개도국들도 자국의 감축 목표를 보유하게 되면서 감축 실적만 이전해 가는 외국 기업 프로젝트에 점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감축사업은 '감축 프로젝트'에서 '구조를 남기는 모델'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국제감축사업이 다시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감축량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경제영토가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이 생태계형 국제 감축을 어떻게 더 빠르게 확산시킬 것인가다. 그 답은 정부의 역할에 있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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