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지역입니다. 그중에서도 타지키스탄은 이름조차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죠. 그러나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와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품은 이 나라는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한류에 대한 호감까지 더해져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기업들엔 미지의 시장이지만 그만큼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이기도 합니다. 베일에 싸인 타지키스탄의 진짜 얼굴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21세기 세계 경제의 핵심 자원은 '블랙 골드(석유)'에서 '블루 골드(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심각한 물 부족과 기후 위기로 신음하는 지금, 나의 고국 타지키스탄과 대한민국이 함께 열어갈 새로운 물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중앙아시아의 물탱크라 불리는 타지키스탄의 풍부한 자원과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다면, 이는 양국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구하는 가장 강력한 파트너십이 될 것입니다.
글로벌 물 외교의 리더, 타지키스탄의 자부심
타지키스탄 노라크(Norak) 수력발전댐 전경.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자원·전력 인프라로, '물의 국가' 타지키스탄의 상징적 시설이다. (사진=타지키스탄 관광청)
타지키스탄은 국제사회에서 물 문제를 논의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주도국입니다. 2018년 3월22일 제72차 유엔(UN) 총회에서 출범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물, 2018~2028' 국제 행동 10년은 타지키스탄의 제안과 주도로 시작됐습니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두샨베 물 프로세스’를 통해 전 세계 리더들을 결집해 왔습니다. 2022년 제4차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와 2023년 뉴욕 유엔 물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타지키스탄은 인류 공동의 자산인 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나눌 것인지 그 해법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러한 여정 속에서 2015년 대한민국 대구에서 열린 세계 물 포럼은 양국이 물을 매개로 깊은 인연을 맺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인적 자원 투자: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타지키스탄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순히 화려한 댐이나 새로운 관로를 건설하는 하드웨어 지원만이 아닙니다. 설치된 첨단 시설이 10년, 20년 뒤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직접 운용할 타지키스탄 현지 전문가들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즉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배우는 진정한 기술 자립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앞선 스마트 물 관리 경험이 타지키스탄의 공무원과 기술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전수되는 '한-타지키스탄 물 관리 교육 센터(가칭)'와 같은 지식 공유 플랫폼이 절실합니다.
첫째, 디지털 운영 관리 측면에서는 상수도와 하수도 시스템을 ICT 기술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현지에 전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합리적 수익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정당한 서비스 이용료를 안정적으로 징수하고, 이를 다시 시설 유지보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의 행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현지 맞춤형 기술자 양성을 위해 한국의 전문가들이 타지키스탄의 젊은 인재들을 직접 교육해 향후 국가 수자원 인프라를 스스로 설계하고 보수할 수 있는 전문 인력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상생의 비즈니스: 파미르의 청정수와 녹색 에너지
한-타지키스탄 물 외교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거대한 기회의 장이 될 것입니다.
먼저, 파미르 고원의 순수한 물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상품입니다. 세계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파미르의 청정수를 한국의 식탁에 올리는 프리미엄 생수 사업은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소수력 발전과 녹색 에너지 수출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을 활용한 소수력 발전소 건설에 한국의 첨단 설비 기술이 도입된다면, 타지키스탄은 자국 전력 자립을 넘어 주변국에 깨끗한 에너지를 수출하는 '중앙아시아의 녹색 엔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거대한 탄소중립 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파미르 고원 카라쿨(Karakul) 호수. 해발 약 4000미터에 위치한 고산 호수로, 타지키스탄의 풍부한 수자원과 청정한 자연 환경을 보여준다. (사진=타지키스탄 관광청)
올해 정상회담, '물 동맹'의 원년이 되길 바라며
올해 예정된 양국 간 정상회담은 이러한 논의를 현실화할 수 있는 최고의 골든타임입니다. 타지키스탄이 국제 무대에서 쌓아온 물 외교 리더십과 한국의 초격차 기술력이 공식적으로 손을 잡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물은 생명이며 동시에 평화와 번영의 열쇠입니다. 물은 21세기의 석유입니다. 하지만 석유는 태우면 사라지지만, 잘 관리된 물은 생명을 살리고 경제를 꽃피웁니다. 파미르 고원의 맑은 물이 한국의 스마트한 기술이라는 물길을 타고 전 세계로 흐를 때, 우리 두 나라는 기후 위기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 위대한 여정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보보예프 루스탐존 타지키스탄 오리욘은행 한국지사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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