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감축, 新경제영토)(1)국제감축사업으로 넓히는 대한민국 경제영토
왜 지금 '경제영토'가 필요한가
선진국의 성장 방식과 한국형 경제영토 전략
국제감축사업, 수출을 넘어 경제영토를 만드는 국가 전략
2026-02-10 06:00:00 2026-02-10 06:00:00
'담론과 정책 불일치 개선 국민주권 옴부즈만 운동'은 제5호까지 이어지며 청와대·국회·정부·관계기관 간 협업 체계를 일정 부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고, 정책 논의가 실행 궤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CO₂ 국제감축사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후산업과 기술 기반 중벤스 육성, 국가 역할 정립 영역에서는 협업이 여전히 미흡한 상태입니다. 제2회 국무회의에서도 경제부총리가 올해 6월까지의 추진 계획을 언급했지만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고, 실질적 토의 없이 총리의 '접수' 선언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ODA 사업과 함께 성장해온 경북 포항 기반 기술기업 '베리워즈' 대표의 특별기고를 통해 CO₂ 국제감축사업과 기후산업 전략의 실질적 방향을 다시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왜 지금 '경제영토'가 필요한가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전체 고용의 80%를 담당하지만, 제조업 기준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0%에 비해 현저히 낮다.
 
더 큰 문제는 성장 경로의 협소함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0.07%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은 꾸준히 등장하지만, 일정 규모 이후 성장이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문제는 기업 역량만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더 이상 넓어지지 않는 데 있다. 인구 5000만 명 규모의 내수시장에서 수십만 개 기업이 동시에 경쟁한다. 시장이 포화되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마진이 축소되며, 연구개발·인력·브랜드 구축에 재투자할 여력은 빠르게 줄어든다. 
 
정부와 기업들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인식한 후, 오랫동안 수출 확대에서 해법을 찾아왔다. 실제로 많은 중소·벤처기업·스타트업(중벤스)이 해외 전시회, 바이어 매칭, 수출 상담 등을 통해 첫 수출 경험을 만들었다. 그 결과 국가 전체 수출 규모는 크게 성장했고, 중소기업 수출 역시 2020년대 들어 연간 11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 확대가 중벤스를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2는 여전히 대기업이 차지하고, 중소기업 상당수는 개별 프로젝트와 단발성 수출에 머물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과 1차 벤처 붐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경로를 열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결국 '규모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구조적으로 좁은 내수시장과 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금융 구조 속에서 정책이 수출 건수와 벤처기업 수 확대에 집중되면서 자생적인 스케일업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했다. 그 결과 IT·인터넷 분야의 일부 예외적 성공 사례를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이 일정 규모 이후 성장이 정체되거나 후퇴했고, 중벤스가 중견·대기업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도 확대되지 못했다.
 
전통적인 수출은 이미 형성된 해외시장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가격 결정권, 유통 구조, 플랫폼 규칙은 현지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이 쥐고 있다. 반복 사용과 확산으로 이어지기 전에 거래 관계가 끊기고, 선진국 기업의 품질 경쟁과 후발 기업의 가격 경쟁 사이에서 낮은 마진의 납품이나 단발성 거래에 머무는 패턴이 반복된다.
 
개도국 시장에서는 금융 시스템 미성숙과 물류·전력·디지털 인프라 부족이 동시에 장벽으로 작용한다. 인프라가 취약한 환경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한 사업 전개가 어렵고, 기업은 현지 소규모 파트너에 의존하거나 제한된 범위에서만 시범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운영상의 불편이 아니라 시장 형성 경로 자체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다. 일회성 거래가 아닌 지속적인 수요와 관계를 전제로, 기업이 안정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 구조다.
 
선진 기업·선진국은 어떻게 성장했는가
 
도요타·혼다 같은 제조 대기업과 애플·구글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했다. 도요타는 차량을 단순히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판매–운영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현지에 구축했다. 각국에 판매금융회사를 설립해 소비자와 딜러에 금융을 제공했고, 일본 정책금융기관은 태국 등에서 도요타 계열 판매금융사에 대출을 제공하며 장기 할부·리스 기반의 소비 구조를 지원했다. 동시에 일본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와 현지 정부의 세제·산업단지·인프라 정책은 부품업체–딜러–정비망이 얽힌 산업 생태계 구축을 뒷받침했다.
 
애플은 아이폰·맥·워치·에어팟 같은 하드웨어를 단발성 판매가 아닌, 서비스로 이어지는 게이트웨이로 활용했다. 하나의 디바이스를 판매하면 그 위에서 아이클라우드(iCloud), 애플뮤직·티비·페이, 앱스토어 등 다양한 구독·거래 서비스가 작동한다. 
 
반면 우리 기업은 탁월한 제조·공급망 역량을 갖췄지만, 운용체제(OS)·앱스토어·결제·데이터 규칙을 장악하는 디지털 플랫폼 계층에서는 해외 빅테크나 현지 사업자에 크게 의존해왔다. 수출은 제품과 설비를 보내는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장기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영토를 함께 설계하고 확장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한국에 맞는 경제영토 확장 방식은 무엇인가
 
경제영토를 확장한 선진 기업과 국가는 제품이 아니라 구조, 즉 생태계를 수출했다. 미국은 군사·금융 패권을 통해, 일본은 산업 생태계와 ODA의 결합을 통해, 중국은 인프라 건설과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들과 같은 방식을 택할 수 없다. 군사·금융 패권도, 식민지 경험도, 압도적인 자본력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나라는 기술력, 공공외교 역량, 개발협력 경험,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국제적 명분을 갖추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공감하는 인류 공동의 과제다. 이를 매개로 한 협력은 기존 경제협력에 비해 정치적·외교적 진입 장벽이 낮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제영토 확장 전략은 '정부 대 정부 협력' 기반의 구조 형성형 진출 방식이다.
 
2025년 7월2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국의 첫 국제감축사업 승인 기념행사. (사진=캄보디아 환경부)
 
국제감축사업이 왜 '경제영토 전략'인가
 
국제감축사업은 이러한 한국형 경제영토 전략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핵심 수단이다. 국제감축은 개도국 정부의 동의와 참여가 필수이며, 정부 간 신뢰와 제도 협력을 전제로 한다. 정부가 국제감축 협력 구조를 설계하면, ODA는 초기 시범사업과 인프라 구축의 기반이 되고, 제도 협력은 규제·인증·운영 기준을 정렬한다. 장기적인 사업 프레임이 더해지면 감축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전환된다.
 
이 생태계 위에서 민간기업은 단발성 수출자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참여자가 된다. 국제감축사업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부가 외교적으로 연 공간 위에 우리 기업들이 연속적으로 올라탈 수 있는 시장 구조, 즉 경제영토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국제감축사업을 감축량 중심으로 접근하는 한, 경제영토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태계 중심 접근이 국제감축을 대한민국의 경제영토 전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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