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 없는 초호황…6년 뒤 대비는 없어” 38년 반도체 노동자의 경고
“호황 뒤 RE100 달성 여부 중요해질 것”
“용인은 RE100 전혀 달성하지 못할 곳”
“한국처럼 팹 수도권에 짓는 나라 없어”
“지역균형과 주민 건강 위해 지방 이전”
2026-02-10 16:36:45 2026-02-10 16:48:26
[뉴스토마토 안정훈·이명신 기자] “지금이야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지만 이 ‘메모리 슈퍼 사이클’은 길어야 3~5년 정도입니다. 2030년 이후 수요자 우위로 바뀌면 본격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시절이 될 겁니다. 용인은 그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는 곳이고, 어떤 식으로도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곳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5년 뒤를 못 보는 건지 안 보는 건지 모르는 그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봉렬 매니저는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현재 싱가폴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는 38년 차 베테랑 반도체 엔지니어다. 이 매니저가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38년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는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적잖은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인 이봉렬씨는 지난 9일 <뉴스토마토>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메모리 사이클 이후를 대비한 중장기 전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씨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하며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제기해 왔습니다. 1988년 삼성전자 기흥사업부에 입사하며 반도체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현재 싱가폴 반도체 기업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설 과도한 집적 우려
 
이씨는 현재 반도체 업황 자체가 유례없는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는 “반도체 사이클이 원래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는데 지금은 AI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며 “반도체 업계에서도 전에 본 적 없는 가장 좋은 호황”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호황 다음입니다. 결국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데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이씨는 지적합니다. 앞서 언급한 RE100 문제 외에도 그는 반도체 시설의 과도한 집적을 우려했습니다. “대만 TSMC와 마이크론은 각각 대만과 일본, 미국 등에 팹을 지었습니다. 특정 국가에서 운영에 차질이 생겼을 때 다른 곳에서 대체하기 위한 것이죠. 그런데 우린 수도권 한 지역에만 짓고 있죠.” 한국만 유독 반도체 팹 구축의 기본 원칙인 ‘분산 배치’와 상충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봉렬 매니저가 20여년 전 DB하이텍 재직 당시 모습. (사진=본인 제공)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내 전체 전력 수요의 약 16.5%에 해당하는 16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는 “특정 지역에서 우리나라 전력의 16%를 사용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그 전력을 수도권까지 끌어올 방법도 리스크가 큰 실정”이라며 “더욱이 화력발전소 등에서 끌어오는 전력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어 그는 “메타나 애플 같은 기업들은 이미 거래처에 탄소중립 요건을 충족한 반도체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은 메모리 수요가 높아 문제되지 않지만, 메모리 사이클이 끝난 뒤에는 RE100 미달성이 무역 장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지한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부지에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팹 주변 30km 사람 살면 안 돼”
 
또 수도권 과밀화와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반도체산업이 주민의 건강권과 안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들어선다 하니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땅이 개발돼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지 않나”며 “(반도체 공장이 근본적으로 유해시설이라는 점에서) 주변 30km 안에는 사람이 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반도체 팹을 지방에 지으면 이에 필요한 협력업체도 함께 지방에 가게 되고, 그렇게 지방에 또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가져간다는 것이 아니다. 하나를 0.5점씩 나누는 게 아니라 새로운 하나를 더해 2가 되자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안정훈·이명신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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