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사고'로 영양사 '과실치사' 송치…영양사들 "사고날까 노심초사, 중압감 들어"
지난해 7월, 급식실 조리노동자 '조리 중' 손가락 절단
해당 학교 영양교사, 졸지에 피의자 신세돼 검찰 송치
영양교사들 "학교 활동 위축 우려…학색 건강권 염려"
법조계 "교육청·학교, 산업안전 책임 떠넘긴다" 비판
2026-01-06 18:07:17 2026-01-06 18:07:17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책임을 물어 경찰이 영양교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기자 영양교사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습니다. 급식실 안전관리 업무를 떠맡은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사고가 나면 형사 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독박 책임'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번 사건이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실무자 개인을 처벌하기보다 고용주인 학교가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9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조리노동자 A씨가 핸드믹서기로 미숫가루를 제조하던 중 손가락 일부가 잘리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그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회복 중입니다. 문제는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그해 12월25일 해당 급식실 내 안전관리 업무를 맡은 영양교사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겁니다. 영양교사로서 급식실 내 안전관리 업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1월3일 서울 강서구 내에 위치한 학교 급식실을 찾아 노동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치는 영양교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6일 <뉴스토마토>가 현장에서 일하는 영양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32년차 영양교사 오지현(57·가명)씨는 최근 벌어진 일로 착잡한 마음이었습니다. 오씨는 "너무 화가 나고 황당하다"며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 정도인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영양교사는 항상 사고가 날까 노심초사하면서 일을 한다"며 "전문적으로 안전을 배운 게 아닌데, 자꾸 우리한테 안전관리를 하라고 한다. 사고가 나면, '우리가 뭘 또 더 해야 하는가' 하는 중압감이 든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급식실 안전관리를 영양교사에게 맡깁니다. 정작 영양교사를 위한 안전교육은 충분치 않습니다. 30년차 영양교사 김지선(57·가명)씨는 "온라인으로 안전교육을 받는데, 전체 산업을 아우르는 교육"이라며 "아파트 짓는 과정에서 추락 위험, 공사장에 차량 운전, 지게차에 관련한 내용 등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양교사나 급식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씨에 따르면, 영양교사는 조리노동자와 함께 연 24시간의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습니다. 이는 대부분 안전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 위탁돼 실시되는데,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는 형식입니다.  
 
안전관리가 추가되면서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오씨는 "영양교사 업무의 80~90%는 사실상 행정업무에 가깝다"며 "조리실 현장에서 부르면 나가고, 관리가 잘 되고 있지 확인도 하는데, 출근 뒤 오전 3~4시간은 조리주방에 있을 시간이 없다"고 했습니다. 내내 안전관리에 집중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17년차 영양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도희(46·가명)씨는 "학교 내에서 영양교사와 조리사 및 조리실무사는 학교급식 분야에서 업무영역이 분리되어 있는 동료인데, 근로자가 다쳤다고 동료가 업무상과실치상으로 혐의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영양교사에 근로자의 안전책임까지 지게 한다는 것은 '학생을 교육한다'는 교원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부당하며, 업무가 매우 과중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영양교사 역시 조리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한 사람입니다. 급식실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하는 처지도 똑같습니다. 32년차 영양교사 최희진(56·가명)씨는 "영양교사도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산재를 입기도 한다"며 "한 동료는 미끄럼 방지 신발을 신었지만 미끄러져서 넘어져 멸치를 볶던 냄비가 엎어져 쏟아진 기름에 화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양교사는 급식실에서 사고가 생기면 처벌을 받게 될 걱정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학교의 모든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30년 넘게 영양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정숙(가명)씨는 "학교에서 활동이 위축되는 건 아이들 건강권과 연계되는 문제"라면서 "학교 조리실 내 사고 위험을 줄이려면 노동강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는데, 인력 충원 등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강도를 낮추려면 '음식의 영양'보다는 '조리의 간편함'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10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경희 학교급식소 조리실무사와 함께 쌀이 든 솥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르면, 학교에 대한 안전의무와 책임을 지는 주체는 교육청과 학교장입니다. 교원들 근로계약 체결의 주체는 교육청이고, 사업장 내 총괄 지휘를 학교장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영양교사에게 급식실 안전관리를 맡기면서 의무와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환춘 변호사(법무법인 지암)는 "학교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면서 영양교사를 업무담당자로 지정하여 산업안전관리 업무를 떠넘기는 사례가 많다"며 "영양교사가 학교장의 지시에 따라 구체적인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 것뿐인데, 이를 근거로 영양교사의 업무상 주의의무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결국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을 현장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개별적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교육청과 학교장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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