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새해부터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지휘권' 문제가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검찰이 독점하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로 국수본의 존재감이 커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국수본 통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수본부장이 되면 수사에 대해 아무 통제도 없이 자기 맘대로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현재 국수본에 대한 명확한 지휘체계가 없으니 이참에 명문화를 고민, 문민정부로부터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반면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토록 한 국수본의 수사권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난해 1월14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전경.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은 제56회 국무회의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대해 일반지휘권이 있는데,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는 검찰총장에게만 한다는 법이 있다"며 "행안부는 경찰 지휘와 관련해 치안에 관한 것은 행안부 업무가 아니냐"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지휘가 가능하다"면서도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서 지휘는 할 수 없게 됐다. '행안부 장관이 할 수 없다'는 법은 아니고 경찰청장이 국가수사본부 수사에 대해 개별 사건을 지휘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 소속인데, 그럼 국가수사본부장은 누가 지휘하느냐"고 되물었고, 윤 장관은 "규정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바로 그게 문제다. 법제처에서 정리해달라. 필요하면 입법, 개정하든지 해서 정리해야 한다"면서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국수본부장이 한 번 되면 수사에 대해 아무 통제도 없이 자기 맘대로 하느냐. 검찰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데 경찰 수사는 이상하게 됐다. 규정이 애매하면 그 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수본은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 1월 출범했습니다. 검찰개혁과 더불어 경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경찰 조직을 수사경찰과 치안경찰로 분리하고, 국수본도 설치키로 한 겁니다.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수사역량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국수본은 출범 때부터 지휘권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문재인정부는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자체 수사 종결권을 줬습니다. 경찰이 자체적 판단에 따라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정부조직법상 경찰청의 상급 기관인 행안부가 경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정부는 경찰청장의 국수본 수사 지휘를 최소화했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그럼 국가수사본부장은 누가 지휘하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물론 당시엔 국수본이 막 태동한 시기였고, 검·경 개혁의 명분이 워낙 커 이 문제가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국수본의 지휘권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언급된 건 공교롭게도 최근 국수본의 존재감이 커진 것과 맞물렸습니다. 12·3 비상계엄 직후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조수사본부를 꾸릴 때 경찰은 국수본을 통해 공조본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이 출범했으나 양 특검이 수사를 종료하고도 미처 다 규명하지 못한 사건은 국수본으로 넘겼습니다. 특히 정치권을 강타한 통일교 불법 후원 의혹에 관해선 아예 국수본이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파헤치는 중입니다.
이 대통령이 정권 입김 등 세간의 의심을 사는 한이 있더라도 국수본의 지휘권을 언급한 건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권은 제2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규정이 애매하면 그 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했던 것 또한 바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중과 별개로 그가 운을 뗀 지휘권 문제는 국수본의 설립 취지와 결부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수본이 행안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경우 수사 독립권이 침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현재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14조 6항엔 "경찰청장은 경찰의 수사에 관한 사무의 경우에는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 경찰의 자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등 통합적으로 현장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제16조에 따른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하여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경찰청장은 △국민 생명·신체·재산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만 국수본부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행안부 장관이 국수본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하는 것처럼 행안부 장관이 국수본을 지휘할 수 있게 하려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의 개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검찰청법을 통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수사지휘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뒀듯, 행안부 장관도 경찰청장을 통해 국수본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올해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행안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상황에서 국수본에 대한 행정부 지휘체계를 명문화하는 일은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형법 전공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씨는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나 행안부 장관은 특정한 사건의 수사에 관해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규정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규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금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이런 것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국수본부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전문가 위원회 등을 통하여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행정학 교수 B씨는 "국수본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없애면서, 경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민주당이 만든 것"이라며 "행안부가 국수본을 지휘할 수 있게 한다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경찰도 지휘 아래 두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한 경찰 출신 변호사 C씨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임은정 검사에 마약수사 엄정하게 하라고 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수사지휘를 한 건 법 위반 아니냐 하는 말이 나왔다"면서 "일각에서는 직권남용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으니깐 지휘 체계를 명확하게 할 필요를 느낀 것이 아닌가 한다"고 풀이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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