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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탄핵선' 뚫릴 듯…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
윤 대통령, 총선 참패에 '조기 레임덕'…여당도 '거리 두기'
2024-04-10 20:34:01 2024-04-11 00:52:4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4·10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가 현실화되면서 윤석열정부가 출범 2년 만에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책임을 안고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국면에 급속도로 빨려 들어갈 것이란 전망입니다. 특히 범야권이 200석을 확보할 경우 개헌과 탄핵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무력화됩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대로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을 막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윤, '여당 1당' 없이 임기 마친다

10일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2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로 꾸려지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윤석열정부는 임기 내내 단 한 순간도 여당이 제1당에 오르지 못하는 정권이 됐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최소 180석에서 최대 20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정부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국정 마비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당장 입법에서도 야당의 강력한 견제를 받게 돼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동안 입법을 통한 국정 주도권 확보는 어려워집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개혁 과제와 정책들도 급제동이 걸립니다. 대표적으로 정부·여당이 공약으로 내건 재건축 완화와 금융투자세 폐지, 부가가치세 인하, 상속세 부담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임시투자세액 공제 등은 야당의 동의 없이는 국회 문턱조차 넘기 힘든 법 개정 사안들입니다. 또 정부가 의료계와의 정면충돌을 불사하며 강행한 의대증원 문제도 급격히 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같은 여소야대 국회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 국회와의 관계가 지난 21대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 2년처럼 야당 주도로 각종 법안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서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야당과 불협화음을 내며 거부권만 9차례 행사했습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는 김건희 여사·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특검법도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범야권의 의석수가 200석이 넘으면 거부권도 무력화됩니다. 민주당이 추진했었던 특검을 포함한 각종 쟁점 법안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무력화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22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부에 들어선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여당 내부에서 이번 총선 참패 배경에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 민심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도 국정운영의 제약을 받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윤, 권력누수 가속화…당도 차별화 본격화할 듯
 
총선 참패에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 움직임이 없다면 급기야 여당 내부에서 탈당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총선 기간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지난 1일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담화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에게 기대할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시라"라며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습니다. 
 
또 여당의 시선이 국정동력을 잃은 대통령이 아닌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로 옮겨가면서 내부에서부터 권력누수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돌했을 때 당내 상당수 지지 여론은 한 위원장 쪽에 쏠려 있었습니다. 향후 당내 대권주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혹독한 심판을 받은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인다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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