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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기회 잡은 삼성…“TSMC 반사이익만으로는 부족”
전문가들 "반도체 성능 높이고, 고객사 유치 치열하게 전개해야"
대만에 집중된 단일 공급망 리스크 부각…삼성전자 파운드리 4분기 흑자전환 예상
2024-04-08 16:28:43 2024-04-08 17:17:4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만 강진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반도체 생산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삼성전자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업계에선 TSMC의 반사이익에만 기댈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공급선 다변화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해 K반도체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에는 TSMC를 필두로 UMC, 파워칩, 이노룩스 등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의 D램 생산 공장까지 위치해 있습니다.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전세계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0% 안팎의 수준으로 1위와의 격차가 큰 상태입니다.
 
대만 TSMC.(사진=연합뉴스)
 
단일 공급망 리스크…"한국 반도체 파운드리 점유율 트리거 마련"
 
지정학적으로 대만이 전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단일 공급망 리스크를 경험한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불안정한'(volati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TSMC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광수 전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이번에 트리거(trigger·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구매자(고객사) 입장에서 TSMC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삼성전자에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며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에 계속 투자하고 있지만 속도가 느렸던만큼, 이번 기회에 그 트리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이번 지진에 따른 파운드리 생산 차질은 대만에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의 69%가 집중된 산업 구조, 즉 단일 공급망 리스크를 부각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성능 높이고, 고객사 치열하게 유치해야"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 가격 협상 중단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반도체 시장이 원하는 분야의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지진 사태로 대만의 반도체 시장이 정체된 틈을 파고들고 싶은 유혹은 있겠지만, 과도한 인프라 투자나 대량 설비 증가로 접근하면 안 될 것"이라며 "임시방편으로 생산량을 늘려본 뒤 잠정적으로 점유한 시장에 확신이 들 때 설비를 증가하는 단계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불확실성은 제거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엔비디아나 퀄컴, 애플 같은 고객사들이 TSMC만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생기면 삼성전자에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성능을 높이고 지금보다 치열하게 고객사 유치를 위한 노력을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TSMC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D램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당분간 가격 협상을 중단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연구원은 "지진 발생 후 마이크론은 고객사들과 D램 가격 협상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라인 검사 진행 이후 2분기 고정가격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구매자 중심으로 가격협상이 지속된 D램 시장은 대만 지진 영향으로 2분기 D램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중심으로 변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수주 증가와 수율 개선으로 4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도 예상됩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 급증과 5나노 이하 선단 파운드리 공정의 공급선 다변화가 TSMC 중심에서 삼성 파운드리로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입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최대 수주 달성과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HBM 공급과 레거시(범용)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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