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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돋보기)실거주 의무 3년 유예…임대차 불씨 잔존
임대차법과 충돌 소지…미리 특약 만들어야
5만여 가구 숨통 트여…강동구 전세 물량 급증
2024-03-22 13:12:15 2024-03-22 16:06:4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지난달 29일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기로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바꿨는데요. 현행법상 2021년 2월19일 이후 공급된 분상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람은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가 의무였습니다. 개정안 통과로 한번은 전세를 주고,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통상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권이 있어 3년 이후에는 분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에 유예 기간이 3년이라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은데요. 임차인을 구할 시간을 고려해 2년보다 넉넉하게 잡았다지만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법안과 충돌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3년은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제안한 내용입니다. 실거주 의무 도입 취지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기'를 막겠다는 것인 만큼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는 3년으로 한 것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3년이 유예됐지만 임대인과 임차인 입장에선 사실상 2년이라고 보는 게 문제 발생 여지가 적습니다. 전세를 2년 주고 나중에 임차인과 1년 더 계약할 경우에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임대 기간을 1년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주택임대차의 경우 최소한의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1년을 계약했더라도 임차인이 2년 거주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나가지 않고 버티다가 임대인이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데요. 실거주 의무 미이행 시 아파트를 분양가 수준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되팔아야 하고, 실거주 의무 거짓 이행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고 싶다면 2년 전세를 약정하고 추가로 특약사항에 1년을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선 입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계약갱신청구권이 임차인의 고유한 권리인데 2년 대신 1년으로 하는 계약서가 효력이 있느냐는 반론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3년 후 집주인이 거주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합의를 통해 임차인의 요구로 계약하게 됐다는 특약 문구와 만기일을 표시하면 법적으로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뉴시스)
 
미봉책으로 시장 혼란 우려…강남권 청약 과열 전망
 
3년 뒤 동시다발적으로 실거주 의무가 살아나면 전월세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안팎으로 여러 비판에 직면한 만큼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실거주 의무 폐지가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죠.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던 분양 계약자들은 1년 넘게 여야가 평행선을 이어온 실거주 의무 완화·폐지로 불안감이 컸는데요. 조속한 법안 처리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지만, 총선이 임박해서야 매표를 위해 합의한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 상황을 보면 우선 오는 11월 입주하는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등을 비롯해 실거주 적용 단지 5만여 가구의 숨통이 트였습니다. 신축 아파트에서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전셋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강동구에서는 하반기에 대단지 아파트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분상제 적용을 받아 실거주 의무 유예 혜택을 받는 단지들은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천호동 '천호역마에스트로', 천호동 '더샵 강동 세트럴시티' 등입니다. 
 
강동구에서 늘어나는 전세 물량이 다른 지역에서 매매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지난 17일 기준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동구에서 나온 아파트 전세 물건은 1746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통계를 집계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률보다 낮습니다. 다만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 자체가 적습니다. 이에 서울 강동 등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크게 늘긴 했지만 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합니다.
 
당장에 잔금 마련 부담이 없어지면서 강남권 분양 경쟁률 치열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강남권 분양은 분상제로 가격이 기존 단지에 비해 싸게 나와 시세차익이 기대되고, 올해 이후에는 분양 감소가 예상됩니다. 올해 강남 3구 분양 예정 물량은 1만8792가구입니다. 앞서 첫 주자였던 반포동 메이플 자이는 442.3대 1의 평균 경쟁률을, 59㎡A는 3574대1의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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