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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기업 반성문…주총 분산 실효성 여전히 미미
28~29일 주총 1480개사…이틀간 상장사 60% 집중
"밸류업 논하기 앞서 기본적 주주권 행사 보장해야"
"민감한 이슈에 주총 집중일 의도적 선택"
2024-03-21 14:15:54 2024-03-21 18:41:48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올해도 특정일에 주총일 쏠리는 ‘슈퍼 주총데이’가 재연될 예정입니다. 올해 정부 주도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으나 기본적인 주주권익 보호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정일에 주총이 집중될 경우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도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총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주총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한지 6년이 지났지만 슈퍼주총은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상장사 81% 3월 마지막주 주총…절반은 집중일 사유신고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일 기준 정기주총 일정을 확정한 12월 결산 상장기업 2470곳 중 81.50%(2013곳)가 3월 마지막 주에 주총을 진행합니다. 시장별로 유가증권 상장기업은 802곳 중 68.58%(550곳)이며, 코스닥은 1670곳 중 87.60%(1463곳)가 마지막주 주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가장 많이 몰린 날은 이달 28과 29일로 이틀간 주총을 진행하는 상장기업이 전체 60%에 육박합니다. 주총일을 확정한 2470곳 중 800곳(32.39%)이 28일 주총을 진행하며, 29일은 680곳(27.53%)입니다. 
 
주총 쏠림 현상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주주들의 권익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주총은 주식회사의 경영과 관련해 중요 결정사항을 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관입니다. 회사의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 선임과 해임 및 보수 결정 등이 이뤄집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 변경과 기업분할, 자본금 감소, 회사 해산 등의 중대한 논의사항도 다룹니다. 
 
주주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다만 이처럼 주총이 특정일에 쏠리면 주주들의 주총 참여도 쉽지 않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개인투자자들은 평균 12월 결산 상장사 5.97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총 일정이 겹칠 경우 다른 기업의 주총 참여는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상장사협회와 코스닥협회도 주총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상장사들이 주총 예정일을 알리면 이를 바탕으로 주총이 집중될 것 같은 날짜를 추정해 최대한 쏠림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상장기업들은 이사회 결의 전 협회에 주총 개최 예정일자를 통보하고 협회는 ‘주총 집중일’을 발표합니다. 만약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할 경우 주총 2주 전에 그 사유를 거래소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실질적인 제재 없이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부터 금감원에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를 공시한 상장기업은 1045곳(42.3%)에 달합니다. 
 
올해 슈퍼주총 28일…집중일 피하려 풍선효과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에 따른 풍선효과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상장협과 코협은 3월22일, 27일, 29일을 올해 주총 집중예상일로 발표했는데요. 이번 정기 주총 시즌 가장 많은 주총이 몰린 날짜는 28일로 집계됐습니다. 주총 집중일은 피하려다 보니 28일에 주총 일정이 몰렸다는 해석입니다. 
 
한 상장사 임원은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소요기간과 위임장 권유 기간 등을 고려하면 주총이 월말로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주총 의안 중 민감한 이슈가 있는 상장기업들의 경우 주총이 많이 겹치는 시기를 일부러 선택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주총 시즌이 되면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금품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주총꾼’들이 여전히 있다”며 “이슈가 있는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하길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월 하순에 정기 주총이 몰리는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주총을 진행하는 상장기업은 2020년 82.6%에서 2021년 91.8%로 늘었고, 2022년엔 92.3%, 지난해는 94.2%에 달했습니다. 현재 주총일을 확정한 기업들 중에서도 92.3%가 이 기간에 주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상장기업들의 주총이 특정 시기에 쏠리면서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직접 행사를 고집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상장협이 공개한 주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중 전자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곳은 38.9%로 집계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등 기본적인 주주권 행사도 어려운 구조에서 밸류업을 논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전자주총 도입 등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이 정기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신분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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