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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진 '북러 협력'…북, 새 경제활로 뚫는다
푸틴, 5월 방북 가능성…군수산업, 북 경제 '부양'
2024-03-20 16:52:26 2024-03-20 19:01:57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종신 집권' 길에 들어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방북'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기거래 정황이 끊임없이 드러난 북러는 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를 맞아 초밀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북러 간 군사협력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실질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북러 초밀착 의도…"대중 의존 탈피"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은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북한 측 관계 부문 일꾼들과 연해주 대표단,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문은 "회담에서는 조로(북러) 두 나라 사이의 지역 간 경제협조를 보다 높은 단계에서 활성화하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14일에도 '경제적·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체결' 75돌을 맞아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연회를 열고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 차관을 비롯해 농업성, 경제발전성 등 러시아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했습니다.
 
북한도 올해 들어 농업기술대표단, 노동당대표단, 조로(북러) 수산공동위원회 대표단 등을 러시아에 보냈는데,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문화·경제 교류 협력을 확대하는 모양새입니다. 
 
또 미국의 상업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에 따르면 북러 접경 지역 열차 야적장에 화물이 유입되고, 북한 라진항에서도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지속해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해당 움직임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바 있는데, 포착된 열차 및 선박에 담긴 물품이 재래식 무기라고 추정할 뿐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치중된 대중 의존도를 분산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2022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을 보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15억8561만달러로 집계됐는데 북한과 중국 간 무역 규모는 15억3249만달러로, 전체의 총 96.7%에 달합니다. 
 
이병철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북한 체제 유지에 중국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고 있고 러시아가 이를 간파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이 대북정제유 수출을 중단했던 2023년 6~7월, 유일하게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며 관계를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는 것이 역내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겁니다. 결국 북러 사이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닿은 셈입니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생태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대표단이 지난해 11월 북한 평양 공항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러 '경제 협력' 성명 가능성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5월 취임 직후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일정이다 보니 당초 예고된 방북 일정도 소화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때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 및 군사협력 가능성이 점쳐지는데요.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제 교류의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교수는 "군사·안보 분야보다는 경제협력에 치우친 성명서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 산업통상장관과 천연자원장관이 배석해, 양국 간 경제협력의 심화·발전을 암시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이영훈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센터장도 "북한이 올해 들어 선박 공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단순히 군수 산업 발전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러시아에 군수 물자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북러 경제 교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센터장은 대북 제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과 러시아가 경제협력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북한 내 군수산업의 규모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북한 내 국방산업 노동자는 200만명을 넘어섭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북한의 군수 산업이 침체기에 머물러 있는 북한 경제를 부양하기에 충분하다는 겁니다. 
 
북한의 경제 발전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합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의 경제 성장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북한의 두 국가론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북한의 경제 발전이 오히려 군수 산업의 성장을 가져오고, 군사적 위협이 증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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