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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OECD 1위'
임시직 내몰리는 중장년…노동 이중구조 심화
빠른 임금 상승률 뒤에는 중장년 일자리↓
중장년층 고용불안 주범 '연공서열'
2024-03-20 16:35:06 2024-03-21 08:07:23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년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평균보다 4배 높았습니다.
 
때문에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하고 비정규직 보호 강화 등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를 통해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가 고임금·고숙련 일자리 부족을 부추긴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중년 임시직 비율 OECD '1위'
 
한국의 55세~64세 사이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로 OECD 중 가장 높습니다. OECD 평균은 남자 8.2%, 여자 9.0%인 것에 비해 약 4배 수준입니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55세~64세 사이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한국은 2위인 일본(22.5%), 3위인 칠레(20.0%)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고용 불안정은 매우 높게 나타납니다. 미국의 연령별 임금 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를 보면, 남녀 모두 20대에서 70대까지 안정적으로 근속 연수가 증가합니다.
 
반면, 한국 남성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 오름세가 멈추고, 50대부터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여성은 좀 더 이른 30대 중반부터 중위 근속연수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중년 이후 한 직장에서 근무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게 (기업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며 "미국의 경우 한 직원이 중년으로 근무하며 생산성이 하락하면 업무 강도가 약한 직무로 이동하거나 임금을 조절하는 등 방안을 모색, 굳이 해고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른 정년 후 '노동이중구조' 악순환
 
중장년층의 임시직, 비정규직이 높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정규직, 고임금·고숙련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KDI 측은 한국 기업의 일부 정규직에 대한 높은 임금의 연공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를 통해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가 고임금·고숙련 일자리 부족을 부추긴다"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근속을 오래 하면 빠르게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임금 상승률은 15.1%로 OECD 1위입니다. 튀르키예(12.7%), 일본(11.1%), 독일(10.3%)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임금 상승률이 가파릅니다. 이 과정에서 강한 고용 보호까지 결합해 중장년의 정규직 채용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근속연수가 긴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임금이 쏠리다 보니 발생하는 경향입니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대기업, 공공부문은 임금의 연공성과 함께 고용보호제도가 굉장히 실효적으로 작동하면서 고용 안정성도 동시에 나타난다"면서 "이때 해고는 아니지만 명예퇴직과 같은 형태로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한국 근로자의 정년퇴직 비중을 보면 남자는 20%대, 여성은 한 자릿수에 불과합니다.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이 기간 64세 남성 임근근로경험자 중 생애주직장 정년퇴직자 비중은 26%, 여성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7%에 머물렀습니다. 
 
이르게 퇴임한 중장년층은 다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기업의 정규직 채용이 적어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중장년층은 비교적 수요가 많은 임시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이어진다는 분석입니다. 통상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청년층에서 두드러지지만, 중장년층에서도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KDI 측의 설명입니다.
 
"공공부터 '임금 연공성' 낮춰야"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점차 낮춰야한다고 제언합니다. 예컨대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10년 이후로는 연공 서열에 의한 임금 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 상승분을 주는 식입니다. 
 
한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임금의 경우 연공 서열에 의해 임금이 설정되던 것을 직무·성과에 부합하도록 생산성 차원에서 바꿔 나가야 한다"며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아예 임금 체계가 없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 부분은 교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조치 강화와 정규직·비정규직간의 격차 해소의 과정도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방안 중 하나로는 정규직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비정규직의 '계약 종료 비용'을 상향해야한다고 꼽았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 종료 수당을 높여 고용 지속성과 정규직 전환을 유도해야한다는 조언입니다.
 
아울러 해고 과정의 예측 가능성 확대, 고용보험 제도의 점진 개혁, 고용 안정망 확보 등의 방안도 제기해습니다.
 
한 연구위원은 "이때 중요한 것은 점진적인 개혁 방식"이라면서 "기존 고용 계약은 유지하되, 개혁 시점 이후 새로 도입된 고용 계약에 대해서는 고용 보호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를 통해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가 고임금·고숙련 일자리 부족을 부추긴다"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경제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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