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장기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까진 완화적 기조가 이어지고 일본 증시의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장기간 유지했던 금리 정책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큰 흐름의 변화는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19일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0.1%였던 정책 금리를 0~0.1%로 올렸습니다. 이로써 일본은 2016년 이후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났습니다.
BOJ는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년째 2%대를 웃돌고 있으며, 노사 협상 평균 임금인상률도 33년 만에 최고치인 5.28%를 기록, 금리 인상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의 긴축 전환과 엔화 강세가 시작될 거란 전망이 많지만 정작 BOJ의 발표 직후에도 엔달러환율은 150엔을 웃돌았고, 원엔환율도 900원을 하회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우려에 하락했던 니케이225는 다시 4만선을 돌파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BOJ가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장기국채 매입을 지속하겠단 방침을 함께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경기침체를 일으켰던 급격한 긴축은 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론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일본의 금리가 미국 등 다른 주요국 대비 여전히 낮은데다 일본 정부의 부채가 많아 금리가 미국처럼 오르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안예하·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기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BOJ 추가 정상화는 매우 더딜 것"이라며 "BOJ 정책 공개 이후 엔달러환율의 움직임은 일본은행 정책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흐름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하에 엔화도 점진적인 강세 전환이 예상된다는 설명입니다.
윤채현 포유환율연구소장은 "일본은 정부부채가 많은 국가라서 여전히 저금리인 상황인데, 현재 미국 및 유럽 등 세계에서도 금리가 낮은 편에 속한다"면서도 "해외자산이 많아서 미국 경제가 안 좋아지면 엔화강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점도표상 올해 최종금리를 상향 조정할 경우 엔달러는 151엔 상향 돌파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며 "2분기까지 엔화 약세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점진적인 강세 전환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금리를 올렸음에도 여전히 일본 증시는 매력적이라는 시각입니다. 미국 경제 강세와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켜 강달러가 유지,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3월 BOJ 회의는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는 중"이라며 "향후 엔화 강세 진행 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나면서, 주요국 증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있으나,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제시한 만큼 급격한 엔화강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점진적으로라도 엔화 강세가 진행된다면 선박, 가전, 자동차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수출 경합이 큰 업종과 수출 점유율이 감소했던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호황이 이어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한다면 일본 증시엔 금상첨화"라며 "엔달러환율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 의해서도 결정되는데, 미국 경제 개선 국면에선 엔화 약세, 후퇴 국면에선 엔화강세가 진행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도쿄 거래소.(사진=연합뉴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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