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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ETF' 4분기에나 출시…운용업계는 회의적
하반기까지 지수 영향력 이어질까
기존 고배당·가치주 ETF와 차별점 의문
2024-03-19 06:00:00 2024-03-19 0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금융당국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계획을 내놨지만 자산운용업계는 회의적입니다. 당국이 발표할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ETF가 기존 고배당, 가치주 ETF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 때문입니다. 신규 지수에 차별점이 없다면 관련 ETF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으로 3분기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4분기 중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중심이 돼 개발 중입니다. 해외 사례와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한 성과를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해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지수는 기업가치 우수기업을 중심으로 계량·비계량 항목 평가를 실시해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도 편입할 예정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주요 지수와의 차별화 방법, 구성종목 선정에 활용하는 지표의 적절성, 연기금의 적극적 활용 유도 등 주요 이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기관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과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ETF를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연초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논의되면서 저평가 기업의 주가에 모멘텀이 반영됐는데 연말에 나올 ETF가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전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밸류업 지원방안과 관련해 이미 가치주들은 1~2월에 다 올랐는데, 밸류업 지수가 하반기에 만들어지면 주가가 여기에서 얼마나 더 오를 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 상품과의 차별성도 관건입니다. 지수 설명을 토대로하면 고배당, 가치주, 배당성장 등의 콘셉트가 예상되지만, 관련 ETF들이 이미 다수 상장돼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고배당, 배당성장 등의 ETF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결국 차별화하는 방법은 지수에 어떤 종목이 들어가느냐인데, 기업의 밸류에이션과 상관 없이 업황이 좋은 기업 위주로 넣는다면 퍼포먼스는 좋겠지만 순수하게 밸류업을 기준으로 담는다면 기업 펀더멘털이나 업황이 안 좋은 종목이 담길 수 있고 그러면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밸류업 지원방안이 벤치마킹한 일본 증시는 작년 3월 JPX prime150 지수를 개발했습니다. 관련 ETF인 'iFree JPX prime 150'은 10개월이 지난 1월에 상장했습니다. JPX prime 150지수 개발 후 니케이225 지수가 30% 상승한 시점에 출시된 것입니다. 상장 초기 기준으로 작년 9월에 먼저 출시된 액티브ETF가 더 많은 자금을 모았다는 사실을 참고하면, 지수 개발과 ETF 상장은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자산운용업계는 금융당국이 발표할 지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밸류업 지수 기반의 ETF를 출시할 의사는 있지만 상품을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 지 고민이라는 입장입니다. 
 
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 정책 테마 관련 이슈가 나오면 관련 ETF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정부에서 내놓은 KRX 지수를 그대로 추종해 상품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차별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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