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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
주주들 반발에도 회장·부회장 신설 정관 일부 변경안 통과
조욱제 사내이사, 이정희 의장은 기타 비상무이사 재선임
2024-03-15 13:19:05 2024-03-15 17:10:10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사진=유한양행 제공)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유한양행이 1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주총 시작 전부터 회장과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정관 일부 변경안을 두고 회사 경영진과 창업자 일가 간 갈등이 불거졌는데요.
 
회사 측은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직급을 유연화하려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회장직 신설은 기업을 자손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 창업자의 뜻과 반한다는 주장과 팽팽히 맞서고 있죠.
 
그동안 유한양행에서 회장직 올랐던 사람은 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고문 두 명뿐이었습니다. 연 고문이 1996년 물러난 이후에는 28년간 회장직에 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는 정관 일부 변경으로 3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해 온 유한양행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로 이정희 이사회 의장이 회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자, 회사 사유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은 회장직 신설은 회사 성장에 따른 조처일 뿐,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이 일부 경영진의 지배구조 사유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분분 하자 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의 유일한 직계 후손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회장직 신설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며 미국에서 귀국해 주총에 참석했는데요.
 
유 이사는 새로운 직책을 만드는 것은 수직구조를 늘리고, 권력이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유한양행의 최대 주주는 15.77%의 지분을 보유한 유한재단입니다. 창립자의 뜻인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회사의 이익이 유한재단에 배당으로 돌아가는 구조인데요. 유한재단은 유일한 박사가 기증한 전 재산을 장학, 교육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재단법인입니다. 현재 유한재단이 소유주식 일부를 유한학원과 분할한 형태로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김열홍 연구개발(R&D)총괄 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습니다.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습니다. 
 
조욱제 대표이사는 "2년 후 다가올 유한의 100년사 창조를 위해 올해 글로벌 혁신 신약으로 당당하게 서게 될 렉라자를 필두로 유한양행의 비전을 달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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