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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공매도 잡음 지속…ETF 헤지 또 걱정
개인 "LP 공매도도 제한하자"…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눈치 보여 공매도 못한 증권사…헤지 못한 LP 손해 떠안기도
2024-03-14 16:40:05 2024-03-15 18:40:57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P와 시장조성자(MM)는 공매도 금지 예외 대상이지만 투자자들의 등쌀에 금융당국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작년에도 이 같은 상황에서 LP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가 위험분산(헤지) 수단으로 공매도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LP가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나옵니다.
 
금융당국 "LP공매도 모니터링 강화"
 
지난 1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공동 개최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금감원은 LP 공매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불법 행위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모니터링은 계속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배터리 아저씨'로 알려진 박순혁 작가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들이 LP 증권사의 불법 공매도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금지하고 조사해 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답변입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LP는 위험 헤지를 위해 주식을 공매도하기 때문에 LP의 공매도는 금지에서 예외가 됐다"라면서도 "그동안 불법 행위가 적발되지 않았지만 모니터링은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LP의 공매도 금지 검토가 아닌 점검을 강화한다는 차원의 답변이지만, LP인 증권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공매도 전면 금지에서 LP는 배제됐음에도, LP 공매도에 대한 비난의 시선에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공동 주관 토론회에서 개인투자자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국 입김에 벌벌 떤 LP…공매도 못한 증권업계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거래량이 많지 않은 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거래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가 원활히 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LP들은 해당 가격별 물량을 직접 현물로 매수해서 대기물량을 걸어놓고,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데 이 때 공매도가 활용됩니다. ETF의 순자산가치(NAV)와 주가가 유사하게 움직이도록 일정 범위에서 매수·매도 물량을 내놓아 주가와 NAV의 차이(괴리율)가 커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LP 공매도 금지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다수의 증권사들은 헤지 수단으로 공매도를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LP와 시장조성자는 공매도 금지 예외였는데도 불법 공매도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P에 대한 불법 공매도 의혹이 제기되고 당시 금융당국의 조사 얘기가 나오면서 내부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하지 않았다"라며 "한동안 공매도를 못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닌데도 증권사들로서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LP가 헤지 수단인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내면서 주가와 NAV의 괴리율이 벌어지고, 일부 LP는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관이 ETF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공매도 진행이 어려운 LP가 손해를 입은 것인데요. 기관투자자가 A종목의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하는 상황에서 LP는 괴리가 발생하지 않게 이를 받쳐줘야 하는데, 공매도를 못해 괴리를 좁히지 못한 것입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당시 기관이 매도 의사를 밝혔는데 LP가 (공매도를 못하니) 반대 방향이 없어 그대로 노출될 것 같다고 얘기했고, 가격을 제대로 맞춰달라는 기관의 요구에 결국 LP가 수억원을 잃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LP 공매도 이슈가 불거지고 당국에서 현장점검을 나오면서 LP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공매도를 못해 손해를 본 사례들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괴리 커지면 투자자가 손해…LP, 제 역할 할 수 있어야 
 
ETF는 대부분 LP들이 일정 기간이나 범위 내 호가가 없을 때 의무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투자자가 원할 때 사고 팔 수 있도록 받쳐주는 것인데요. ETF 시장이 성장하고 투자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LP가 유동성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거래가 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수형 ETF처럼 지수선물이 있는 경우라면 선물거래로 헤지할 수 있지만, 테마형 ETF 등의 경우엔 쉽지 않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주식선물이 있어 거래가 가능해도 새로 발굴된 종목이나 선물이 없는 중소형 종목은 헤지 수단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LP의 공매도는 수익을 내기도,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헤지 목적인 만큼 손익이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공매도 거래량 상위 증권사 6곳을 검사한 결과 작년 1~10월 LP 기능을 수행한 6개사가 얻은 평균 이익은 전체 거래대금의 0.0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도 계속 상품을 관리하고 LP 측에 거래 활성화를 요청하지만, 원칙적으로 LP가 가격에 맞게 매수, 매도를 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LP는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 전략으로 반대 포지션을 잡아 매칭하겠지만 기본적으로 LP의 공매도를 막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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