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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증가율의 함정
2024-02-28 06:00:00 2024-02-28 06:00:00
중소기업계를 취재하다보면 보도자료에서 '전년대비 증가율' 수치를 이용한 홍보자료를 자주 접합니다.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체적인 판매치까지는 공개하기를 꺼리는데요. 경쟁기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뿐더러 구체적인 판매 수치가 실적과도 연계되다보니 직접적인 매출 수치가 아닌 증가율을 애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잘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출시 초기(첫 달)와 비교해 3개월 지난 현재 판매량이 ***% 증가했다'라는 문구가 있다고 가정해보면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와 한두 달 후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신제품이 '몇 개 팔렸다'가 아닌 '전에 비해 매출(실적)이 몇 퍼센트 증가했다'는 식의 보도자료는 사실 확인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못하는 사정은 이해하지만요. '해당 시점'의 신제품 출시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증가율을 동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여행업계가 보도자료를 통해 200%, 300%, 1000% 등의 숫자를 내세우며 숫자 경쟁을 벌인 적이 있었어요. 이 숫자만큼 여행업계가 실제로 10배, 100배 성장한 것일까요? 속을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 기간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해 송출객 등이 아주 저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기간 해외여행객 수가 10명이었는데 다음해 같은 기간 100명이 되면요, 900%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같은 비정상적인 시기와 현재의 정상적인 영업 시기를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냐는 겁니다. 실제로 여행업계는 위의 숫자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답니다. 이런 홍보가 대중으로 하여금 해당 기업과 산업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최근 한 기업의 보도자료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한 기업의 실적 공시를 바탕으로 한 보도자료였습니다.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며 각각 2%, 180% 늘었다고 밝혔어요.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던 작년과 비교하면 얼마일까 궁금증이 생겨 직접 찾아봤습니다. 작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2.3%, 1499% 증가한 것으로 계산되더군요. 전년도와 비교하면 실적이 엄청나게 개선돼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 자료를 작성한 그 기업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정상적이었던 상황과 현 시점을 비교함으로써 기업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 오히려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증가율 수치를 경계해서 보는 편입니다. 실제 숫자가 아닌 증가율은 시기, 대상 등 여러 변수에 의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니까요. 기업들이 더 공정하고 투명한 실적 집계나 홍보자료를 바탕으로 소비자 및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했으면 합니다. 소비자 역시 과다하게 높은 수치의 홍보자료나 뉴스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앞뒤 맥락을 살피고, 비판적으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보라 중기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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