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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음악 결산)③음반 1억장 시대 속 ‘K팝 위기론’
2023-12-20 08:25:25 2023-12-20 08:25:2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국내 최초의 OO셀러'라는 말만 붙어도 음악이 반짝여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변진섭 데뷔 앨범(1987년), 김완선 5집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1990)'의 100만장 시대, 뒤이어 서태지와 아이들 2집(1993·'하여가' 수록)이 200만장을 넘기며 활짝 연 국내 최초 더블 밀리언셀러 시대.
 
그리고 3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K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규모 가늠조차 안되는 신개념 영어 단어들이 나옵니다. 트리플 밀리언셀러(300만장), 쿼드 밀리언셀러(400만장), 펜타 밀리언셀러(500만장)…. 불과 1~2년 새 5배 규모까지 뛰어오른 규모가 놀랍지 않을 정도로, 올해 한국 대중음악 사상 최초 K팝 실물 음반 연간 판매량은 1억장을 넘어섰습니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11월까지 K팝 실물 음반 판매량 1억 1600만장
 
19일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1~11월 피지컬(실물) 음반 판매량 1~400위를 합산한 누적 판매량은 1억1600만장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연간 음반 판매량(약 8000만장)의 144%로, 12월 판매량을 제외하고도 연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평가됩니다.
 
세븐틴은 올 한 해 약 1104만3265장(2023년 1~9월)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한 해 동안 1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K팝 그룹은 세븐틴이 최초입니다. 미니 10집 ‘FML’(올해 4월 발표) K팝 단일 앨범 사상 역대 최다 판매량인 총 627만 장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3일 발매한 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SEVENTEENTH HEAVEN)’ 국내외 선주문량도 520만6718장으로 집계되면서 K팝 선주문량 신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올해 세븐틴과 함께 '투 톱'이 확실한 그룹은 '스트레이 키즈(스키즈)'입니다. 스키즈 역시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3집 '★★★★★(5-STAR)(파이브스타)'로 513만장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올해 11월 10일 발표한 새 앨범 '樂-STAR'는 11월 기준 393만3334장 정도로 집계됩니다. 연말까지 세븐틴에 이어 연간 10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같은 4세대 걸그룹과 방탄소년단(BTS) 지민, 블랙핑크 지수, 최근에는 제로베이스원 같은 데뷔 직후 그룹도 '초동' 밀리언셀러(100만장 이상 판매)를 가뿐히 넘기고 있습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작년에는 1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월수가 1개월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6개월이다. 케이팝 피지컬 앨범 판매량 규모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수출이 특히 호조를 보였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액은 총 1억3293만4000달러(약 1783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체 앨범 판매 중 절반을 넘는 일본이 1위 수출국이며 미국, 중국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김진우 위원은 다만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출 부진 현상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추가적인 K팝 성장을 위해 기본적으로 안고 가야 할 시장"이라고 짚습니다.
 
세븐틴은 올 한 해 총 1104만3265장(2023년 1~9월)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한 해 동안 1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K팝 그룹은 세븐틴이 최초입니다.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팝 위기론 "신성장 동력인 라이트 팬덤 얻어야" 

그러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수치적 규모에도 음악업계에서는 K팝 위기론에 대한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진영 JYP 총괄 프로듀서의 진단대로 "K팝은 강렬한 팬덤 기반의 진입장벽이 큰 시장"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방시혁 의장은 "라이트 팬덤도 많이 붙을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니치에서 시작해 흥했던 장르들이 일정 팬덤을 못 넘고 없어진 경우가 많다"고 본 것은 이런 지향을 잘 보여줍니다. 
 
음원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오면서 K팝은 고도로 산업화 돼오고 있습니다. 포토카드를 모으거나 팬미팅에 가기 위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장씩 구매하는 일들이 K팝 글로벌 문화 현상의 표준값이 됐습니다. 글로벌 K팝 팬덤의 중복 소비를 부추기는 과열 생산과 마케팅 전략, 또 그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사회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 대중음악 사상 전례 없는 음반 판매 기록들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근 다국적 걸그룹을 론칭하고, 다른 신대륙의 글로벌 음악 기업들을 흡수하는 기획사들은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코어 팬덤보다는 라이트 팬덤을 모을 수 있고, 수치적인 면보다 질적인 면의 성장을 위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진영 JYP 총괄 프로듀서. 사진=MBC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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