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지지자 중에서 중도와 무당파가 떠나고 강성 지지층만 남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재명 체제하의 민주당이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민주정당이라기보다는 강경파인 개딸의 목소리에 기대는 ‘개딸 빠시즘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개딸 빠시즘이란 말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을 뜻하는 ‘개혁의 딸’ 준말인 개딸과 ‘빠’와 ‘파시즘’을 합한 신조어이다. 어쩌다가 민주주의와 깨어있는 시민의 정당을 추구했던 민주당이 ‘개딸 빠시즘당’으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지 않으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반칙과 특권없는 사람 사는 세상의 정당’으로 돌아가는 게 순리다. 개딸의 빠시즘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총선승리의 관건인 중도확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우선 빠시즘 행태가 나오는 배경, 즉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빠시즘 행태가 나오게 되는 배경은 뭘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핵심에는 사회적 연대와 공론장에서 배제된 고립된 대중들의 ‘외로움’이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미국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추방과 절멸을 선동하는 히틀러의 전체주의가 먹힌 배경에는 패전이후 패배감과 무력감에 빠진 외로운 독일 시민들이 있었다고 보았다. 즉 그는 독일시민들의 ‘외로움’을 전체주의의 원인으로 꼽고 그 외로움을 “테러의 근원”이자 “전체주의 정부의 본질”로 진단했다.
아렌트에 의하면, 외로움이란 “인간 집단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상태 즉, 혼자이며 동료가 없는 상태”이다. 즉, 그는 외로움이 자신을 부정하고 학대하는 ‘자기중심적 비통함’(self-centerded bittrerness)으로 이어지고 결국 자신을 방치한 타인과 사회구조까지 혐오하고 증오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보통 비통함을 지닌 외로운 사람들은 자기방어적 정신승리를 위해 아무런 대안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빠져들게 되면서 불만분자나 관종이 되기 십상이다. 빠시즘 정치에 빠지면 생각이 다른 상대를 적으로 보고, 적을 죽이는 자신의 행동을 신이 준 소명의식아래 ‘명백한 운명’으로 정당화하기에 이른다.
한나 아렌트는 시민(citizen)과 군중(the mob)을 구분했다. 전자는 공론장속에 참여하여 토론과 숙의를 기초로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수용하는 사람들이고, 후자는 공론장에서 소외되어 대의제와 엘리트를 증오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공론장에서 소외된 군중이 배제와 증오를 선동하는 포퓰리스트(민중선동가)를 만나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전체주의로 가게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런 민중선동가와 군중의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여러 가지 있지만 핵심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이 폭민이 되지 않고, 공적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약자에 대한 돌봄과 배려 및 연대에 많은 노력을 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IMF와 코로나 위기 속에서 몰락한 자영업자, 중산층, 비정규직, 여성, 임금차별로 취업을 못한 청년층을 다시 회복시키는 중산층 부흥정책을 쓰고 이를 위한 공론장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다수결 민주주의와 팬덤정치의 폐해는 숙의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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