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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제발 선거법 개악을 멈춰라!
2023-12-05 06:00:00 2023-12-05 06:00:00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 운영체제(OS)를 바꾸려고 합니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대통령 제도를 기본 체제로 합니다. 미국과 한국은 이름이 같은 대통령제이지만, 너무나 다릅니다.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보다는 의회 중심제에 가깝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이 가진 입법권이 없고, 예산권이 없고, 감사권이 없습니다. 미국은 의회가 입법, 세입 세출, 감사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장관에 관한 국회 동의권(상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국회 동의와 상관없이 장관을 마구잡이로 임명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똑같은 양당제 정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의 정치제도가 비슷한 줄 압니다. 그런데 미국 정치는 양당제의 극단적 폐해를 예방하는 정당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앙당과 중앙당이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 중앙당이 없고, 중앙당 대표가 없고, 중앙당 공천이 없습니다. 그래서 의회에서는 당론이 없으며,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른 자율투표로 여야 간에 교차투표(크로스 보팅)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여소야대인 한국 같으면 국정이 마비될 수도 있지만, 전쟁같은 대결정치가 지양되는 양당제입니다. 열성당원들 불만과 다르게 중앙당 차원에서는 출당 조치니, 수박 퇴출이니 하는 중앙당 징계는 없습니다. 오직 지역 유권자의 선택만이 존재합니다. 미국 하원은 대체로 45대55 사이에서 여야를 구성하고, 상원은 임기 6년에 2년마다 1/3씩 교체하기에 극단적인 여소야대 현상은 없습니다. 중앙당 정치가 없으므로 당론에 얽매이지 않는 상하원을 중심으로 유연하고 부드럽게 타협을 할 수 있는 대화의 정치, 즉 공화정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미국과 한국은 대통령제와 양당제라는 명칭만 같을 뿐이지, 운영원리와 정치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선거제도는 한마디로 국가를 독과점체제로 운영할 것인지, 경쟁체제로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소선거구 제도를 통해 지역 1위들의 독과점의 거대 세력으로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지지정당의 비율로 구성하여 경쟁이 가능한 다양한 세력으로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선거제도입니다. 소선거구제는 다수제 민주주의 원리에 가깝고, 비례대표제는 합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가깝습니다. 소선거구제는 선발 자본주의 국가(영국, 미국 등)에서 비례대표제는 후발 자본주의 국가(독일 유럽국 등)에서 채택되었습니다. 정부 구성에서 일원형인 내각제 국가에서는 양당제와 다당제의 장점이 두드러지지만, 정부 구성이 이중형인 대통령제에서는 양당제와 다당제 모두가 단점이 두드러집니다. 그나마 미국은 단점을 수정하여 제도화에 성공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다양성의 보장이 그나마 가능한 준연동형 비례제도마저 없애고, 양당제를 고착하는 병립형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결국 당대표의 노획물로 비례대표를 채우려는 욕심 때문에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한다는 의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선거제도는 개악하지 않고, 멈추는 것이 개혁입니다. 소선거구제 비례대표 병립형은 당연히 거대정당 양당제를 유발합니다. 초강력 울트라 중앙당 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양당제는 최악입니다. 공화정의 원리인 대화와 타협도 불가능하고, 비전과 정책정당도 불가능하고, 정치꾼을 넘어서는 정치인, 정치가의 탄생도 불가능합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망치는 길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선거법 개악을 멈추길 바랍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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